[박현주의 아트Talk] '식칼 든 여인' 조각가 송진화 "전 칼이 좋아요. 단호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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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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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의동 아트사이드에서 '너에게로 가는 길' 개인전..이전보다 웃음 핀 나무조각들 눈길

[송진화 작가가 자신과 꼭 닮은 조각앞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위로 쭉 가늘게 찢어진 눈.  그 눈 하나가 모든 걸 말한다. 슬프게하고, 웃게 만들고 배짱을 부리게도 한다.  또 아무생각도 없게 만든다.  둥근 얼굴엔 눈 하나밖에 없는데도 감정이 전달된다.

 가만히 보면 안다.  그 이유를. 그녀의 손과 발 때문이다. 힘이 팍 들어간 구부린 손가락, 다섯개중 하늘을 향해 쫙 핀 엄지 발가락. 까치발을 든 뒤꿈치에도 에너지가 짱짱하다. '살아있다'는 당당함에 미소가 활짝 피고  '어떤 시원함'이 관통한다. 

 조각가 송진화(52)의 작품은 '희노애락의 칵테일'이다. 살벌함과 평온함을 넘나들며 마음을 섞는다.  조각의 인물과 똑같이 생긴 작가도 이 작업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풀어졌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늘 답답했던 작가는 2002년 우연히 나무를 깎게 되면서 '살 길'을 찾았다.  2007년 개인전은 화제였다. 식칼을 입에 물거나, 가슴에 겨누고 있는 여인, 마치 살풀이 하는 것 같은 섬뜩함으로 '송진화'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각종 아트페어에서 눈길을 끌며 대중속에 무섭게 파고들었다.

  "목까지 차오르는 울컥하는 느낌을 풀어내고 싶은 마음에 식칼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깎아서 선보였는데,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오더라고요. 제가 좀 예민해요. 내 마음, 내 감이 느끼는대로 표현했죠"
 

[아트사이드에 전시된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사진=박현주기자]



 "식칼이 살벌하다고요?. 전 칼이 좋아요. 단호하잖아요."  자신에 칼을 겨누고 있는 작품처럼 작가의 말은 단박했다.  뜨악한 표정을 보이자 다시 반문했다. "자해하고 싶은 때 없어요?"

 그가 또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장신구를 잘 안하거든요. 맨 정신일때 여기(가슴)가 너무 힘이 들어요. 그래서 실핀을 들고 귀를 뚫었어요." 작가는 그 기념으로 귀걸이를 하고 다닌다며 금빛의 작은 귀걸이가 매달린 귀를 만졌다. 

 "살을 뚫어보면 뽕뽕 소리가 두번이 나요. 뒤 가죽, 앞 가죽을 다시 뚫어야 돼요. 살이 뚫리면 죽은게 아니기 때문에 바로 붙어요. 아, 이게 인체의 신비구나.  그때 알았어요."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스쳐올때, 다시 작가가 말을 이었다. "남들은 제가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줄 아는게 그런건 아니에요. 뭐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일은 없었어요." 

 '여성으로서 신산스런 삶'을 견뎌낸줄 알았다'고 묻자 또 발끈했다. " 여자의 삶, 그런 단어조차 싫어해요. 내가 여자이다보니 여자의 형상이 나온거지, 한을 토로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강렬한 작품이 나왔을까. "왜 나는 그럴까 생각했죠. 예민한 천성이예요. 그런데 그것을 돌보지 못했어요. 내 스스로. 그런 것들이 중첩이 되다보니까…. 그런데 지금은 조금 얌전해졌어요."
 

[송진화 '나는 우산이 없어요'. 사진=박현주기자]



​ 4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은 작가의 말처럼 (이전 작업보다) 얌전해 보인다. 붉은 심장을 움켜쥐거나, 온 몸에 하트무늬 붉은 심장을 박아놓았지만, 칼을 품은 느낌은 적다.

 하얀 건치를 드러내고 헤벌죽 웃고 있는 '나는 우산이 없어요'나, 강아지를 등에 뉘인채 푹 퍼져 있는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작품에서 여유의 틈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수줍다. 활짝 웃고 있지만 머리엔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웅크리고 앉아 숨어있거나, 벽을 향한채 발가락에 힘준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는 우리안의 양면성을 터치한다. 

 그렇다고 식칼을 버린건 아니다. 전시장 한쪽 구석엔 벽에 꽂힌 칼들과 , 가슴에 칼을 들이댄 작품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시각에서 촉각의 감정까지 선사한다. 전시장 한켠에 쳐진 하얀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탯줄처럼, 천정의 줄에 연결된 아이(조각)가 매달려 있다.  의자에 앉아 아이를 안아 볼수 있다. "딱딱하지만 진짜 아이같은 느낌에 기분이 이상해지'는 이 작품은  '아, 너였구나'라는 제목이 달렸다. "내안의 나, 또다른 나, 아기였던 나를 되돌아 볼수 있는" 작품이다.

 
[천장의 긴줄에 매달린 아이조각을 관객이 안고 있다. 송진화의 '아 너였구나'. 사진=박현주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나무 조각가로서 행복해 보였다. "나는 몸을 움직여서 몸으로 풀어내야 되는 사람이에요.  이걸 하면 (머리를 가리키며)여기가 너무 너무 단순해지니까 복잡해질세가 없어요. 단순노동의 미학이랄까. 집중하다고 보면 잡념이 안 생겨 나무 작업이 좋아요."

 '바람불면 설레어 가만히 집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 '수고한 당신 업어 드릴께',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조각에 달린 제목까지 배시시 마음을 트이게 한다.

 한편의 시 같고, 한편의 영화 장면처럼 다양한 표정과 익살스런 몸짓으로 말을 건네는 조각 여인의 머리를 매만지며 작가가 말했다. "나무의 따뜻함. 그것에 전 업혀가는 거예요. 하하~"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한덩어리에서 이야기꺼리를 파내고 깎아낸다.  두번은 못 만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들, 40여점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송진화의 개인전 '너에게로 가는 길'은 7월8일까지 이어진다. (02)725-1020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전시된 송진화의 '너에게로 가는 길'. 작가는 머리에 있는 건 구름형상이라며 아직은 그늘이 져서 춥다고 했다.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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