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양병국)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전 사태에서 잇단 구설에 오른 가운데,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등을 지적받은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의 검역관리 예산의 증가율(전년도 대비)이 총예산 증가율의 ‘1/6 수준’에 그친 데다, 재정규모의 다수가 일반회계보다는 ‘기금’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재정운용 투명성 저하 등 ‘재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예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올해 질병관리본부(총 60개 사업수행)의 예산안 총액은 5600억원 정도로, 지난해(4694억원7300만원) 대비 900억원(약 20%) 정도 증가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 재정규모는 2011년도 2675억1500만원에서 2015년도56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2배 이상(10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몇 년 새 전세계적으로 생물테러·신종 감염병 등 각종 의료감염증이 확산한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검역관리(일반회계)의 올해 예산 증가율이 3% 안팎에 그쳤다는 점, 다른 하나는 질병관리본부의 올해 예산안 중 일반회계(1145억원) 비율이 기금(국민건강증진기금+응급의료기금)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반면 국민건강증진기금(총 22개 사업수행)은 같은 기간 818억원가량 증액(22.8%)한 4408억원을, 응급의료기금(총 3개 사업수행)은 3억8800만원 증액(11.0%)한 39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복지부 올해 전체 재정규모는 52조원가량으로, 이 중 예산규모는 32조원(61.1%), 기금규모는 20조원(38.9%) 정도다.
질병관리본부가 일반회계 이외 △국민건강증진기금 내 사스 등 신종 감염병 대책 △응급의료기금 내 신종 감염병 입원치료병상 확충유지 등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민 건강 등은 특정 목적을 위한 신축적 재정의 운용보다는 ‘재정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질병관리사업은 특정 목적을 위한 사무라기보다는 국가고유의 일반적 사무”라며 “기금보다는 예산사업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사후적 통제방안인 △국회의 재정통제 약화 △국민의 간접적 부담 증가 등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국회 복지위는 ‘2015회계연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에서 “기금사업은 예산사업에 비해 재정운용의 재량성이 크기 때문에 국회를 통한 재정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고, 질병관리 분야 전체의 사업 우선순위가 효과적으로 고려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복지부의 일반회계 비율이 높은 것은 의무지출 비용이 많은 사회복지예산 때문”이라며 “질병관리본부 기금의 다수는 예방접종으로, 국민적 영향력이 큰 사안이라서 선(先) 편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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