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사장의 힘 “1등 대우조선해양 자긍심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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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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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과 쇠렌 스코우 머스크라인 최고경영자(CEO)기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본사에서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번 수주는 대우조선해양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1등 조선해양회사임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린 쾌거입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취임과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수주고를 올리며, 던진 말이다.

정 사장은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머스크라인 본사에서 쇠렌 스코우 머스크라인 최고경영자(CEO)와 1만963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 건조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계약은 사실 그의 영향력이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9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정 사장이 CEO 복귀신고를 화려하게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8억달러(한화 약 2조41억2000만달러)라는 금액 보다 상징적인 것은 계약 상대방이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이라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3년 자동차운반선 수주로 머스크 그룹과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정 사장이었다. 당시의 인연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머스크그룹으로 지속적으로 선박을 수주,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하는 등 12년 만에 이번 계약 포함 총 54척을 수주했다. 사실상 머스크그룹이 발주하는 주요 선박을 대우조선해양이 싹쓸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 사장 취임 전 대우조선해양은 사장 선임절차 지연에 따른 혼란과 상선 수주 급감, 8년 6개월 만의 분기 영업이익 적자 발생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조직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취임하자마자 대우조선해양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컨선사업에서 그것도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올 상반기 최대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붕괴될 수도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며 한 풀 기가 꺾일 뻔 했던 삼성전자가 지금의 회사의 위상을 갖도록 해준 반도체 사업의 약진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한 이달 안으로 머스크라인은 옵션으로 계약한 6척의 동급 선박에 대한 발주를 추가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수주 부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사장은 대대적 변혁 대신 조직 안정화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임원 승진인사에서 신규 상무 승진자 8명의 인사만 내고, 전무급 이상은 연말까지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벌을 내리기 보다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로, 취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전한 “우리는 1등 회사다”라는 자부심을 부활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조직 정신문화를 바꿔 잠재력을 끌어내는, 과거 김우중 회장 시절 대우그룹의 문화를 재접목 시키려고 하고 있다.

향후 정 사장의 경영방침은 ‘회사 운영의 원칙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결과에 대한 책임보다는 변명 찾기가 우선하고, 원인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처치에 급급해 하는 위기 불감증이 만연한’ 대우조선해양을 환골탈퇴 시키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최소 1년간 대우조선해양은 뼈를 깎는 것보다 더한 고통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로 66세를 맞이한 ‘노병’ 정 사장은 이러한 고통을 직접 짊어지고 맨 앞에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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