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한국의 제조업 경기 하락 추세가 재정 위기에 처한 그리스보다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킷에 따르면 세계 24개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Purchasing Management Index) 집계 결과, 한국은 47.8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8월(47.5) 이후 최저 수치로 한국 제조업 경기의 둔화 속도가 1년 9개월 만에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PMI는 경기 전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기업의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매담당자가 경기를 좋게 보는지 혹은 나쁘게 보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수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한국보다 제조업 PMI 수치가 낮은 나라는 브라질(45.9), 인도네시아(47.1), 러시아(47.6) 등 최근 경제가 흔들리는 신흥국 세 개 뿐이다. 이들 국가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등 경제 구조가 취약한 주요 신흥국으로 꼽히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PMI는 유동성 위기국인 그리스(48.0)보다 낮았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협상 난항으로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마킷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들의 20% 이상이 ‘경기 부진과 고객사 수요 급감 등으로 인해 전월보다 생산이 감소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5월 해외 신규 주문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일부 응답자들은 중국 수요 감소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고 마킷은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각종 실물경기 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과 일치한다. 한국의 5월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10.9% 하락해 거의 6년 만에 최대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광공업 생산도 전월보다 1.2% 줄었다.
한편 아일랜드(57.1), 스페인(55.8), 체코(55.5), 네덜란드(55.5), 이탈리아(54.8)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54.0)은 경기가 순조롭게 상승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50.9로 기준치를 넘겨 경기 확장세를 이어갔고 중국은 49.2로 경기 둔화가 계속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는 52.2로 상당한 경기 회복세를 보였으며, 신흥국 전반은 50.1로 간신히 기준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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