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는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통해 지역경제의 위기극복 방안을 마련하고자 4일 울산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경제활력회복을 위한 노사협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노동단체와 경영자총협회, 학계 및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해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공유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감대 형성 및 상생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지역 고용노동 현안 사안 중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노동계·자치단계·학계 등 다각적 채널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 만큼 각계 인사들을 비롯한 150여명이 참석,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통상임금 전문가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통상임금 변화와 근로시간 단축 이후의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각각의 영향과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그중 통상임금 확대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불명확한 쟁점(재직자요건, 신의칙)이 새로운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근로시간 단축문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증가, 근로자의 소득 감소, 중소기업 구인난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규모별로 4~5단계로 나눠 52시간으로 연착하는 방안을 대처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자문위원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임금체계의 최근 변화와 노사의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독특한 무사정(無査定) 연공급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업종과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연공적 성격을 띠지 않도록 능력주의 임금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한 손일진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부의장은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지금처럼 복잡해진 것은 과거 정부의 임금억제 정책에 따른 것으로, 이번에도 노사자율을 훼손한다면 그동안 합리적 교섭관행마저도 갈등과 대립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임금체계 개편은 개별 사업장 여건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정부의 개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음으로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이상만 울산양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노사분쟁 및 소송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가운데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과 임금 저하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부담만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향후 기업의 지속성장만이 고용을 늘리고 사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근로조건 개선도 중요하지만 수년간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대다수 기업이 한계 상황으로 몰려 있는 현재의 경영환경을 직시하고 노사는 상생의 협력을 위해 성숙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학계 입장에서 본 토론회를 바라본 조형제 울산대 교수는 "울산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이유는 대기업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경시에서 기인한다"며 "근로자는 쉽게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남은 인력도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노조의 전투적 경제주의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초기 대기업 노동자 투쟁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선도했지만, 90년대 말 이후부터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저임금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부 입장에서 패널로 나선 유한봉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은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제 임금체계 비중이 68.3%에 달할 만큼 연공급이 임금체계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1년 미만 근로자 대비 20~30년 근로자의 임금차이는 3.13배로 독일(1.91배), 영국(1.57배)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평균 1.65배)에 비하면 2배, 가까운 일본(2.42배)과 비교해도 1.4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연공급에 기반을 둔 고정급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된 변동급적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노사간의 입장뿐만 아니라 각계의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 유익한 자리였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보다 먼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성숙된 노사 간 대화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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