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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
- 대전 80대도 양성 확인…총 사망자 3명으로 늘어
- 경기·충남서 서울 강동·강남까지 급속 전파
- 국제 사회·전문가 "공기전염·바이러스 변이 가능성"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3차 감염자 3명을 포함해 누적 환자가 36명이나 늘어났다. 특히 대전에서 감염된 80대 환자는 3차 감염자 가운데 처음으로 사망했다. 방역당국이 통제하는 격리 대상자도 1667명으로 급증했다.
국제 사회와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한국에서 매우 특수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제한적이지만 바이러스 변이 및 공기감염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은 물론 지역 사회에서의 전파 속도도 빠르다. 최초 환자가 유입된 경기는 물론 대전, 천안에 이어 서울 강남, 송파 등 전국 각지에서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전국 확산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여전히 '주의' 수준의 위기감만 드러내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는 환자 31번과 35번이 3차 감염자로 판정됐고, 첫 환자가 나온 B병원에서 환자 3명이 추가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되던 83세 남성도 검사결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3차 감염자는 총 6명으로 늘고, 메르스 확진자는 36명이 됐다.
2차 감염자의 최대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이 지났지만 연일 3차 감염자가 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괴담'이 점차 '공포'로 변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러스 변이'나 '공기 중 감염'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국제 사회와 전문가들은 현재 확산 속도로 볼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는 국내에서는 최초 환자가 2차 감염자 29명을 발생시킬 정도로 전염력이 빠르다는 점을 들며 이미 첫 환자가 중동에서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교수는 "외래 유입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빠르다"며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겪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원인임을 밝혀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바이러스 전문가다.
2003년 당시 4개월 동안 8000명에게 감염된 사스와 비슷하게 메르스도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학자도 늘었다.
메르스 바이러스 공기감염 가능성을 부인해 온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한국 내 병원 3차 감염을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원칙적으로 밀접 접촉이 아니면 감염되지 않는 바이러스인데 이례적으로 B병원에서만 30명에 가까운 감염자가 발생했다"며 "같은 병동, 같은 층을 쓴 대다수가 감염된 현실을 감안할 때 매개물, 환경오염, 공기전파 등 3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공기전파 가능성은 특수한 경우지만 아예 배재할 순 없다"며 "첫 환자가 낙타가 있는 공간에서 감염이 됐고, 낙타가 있는 공간의 공기를 분석해 보니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이론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특수 조건이 아닌 상태에서의 원거리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옮겨지는 질환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송재훈 감염내과 전문의(삼성서울병원장)는 "지난 2주 간 국내에서 유행한 양상을 볼 때 공기감염이라면 이 정도 수치에 머물 수 없다"며 공기 감염설을 일축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공기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것은 공기 매개가 아닌 의료기관 내 감염이다"고 말했다.
권준욱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민관합동 전문가들과 이에 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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