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이슬람 반대세력에 무더기 사형을 선고한 엘시시 대통령의 행보를 겨냥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3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 청사에서 엘시시 대통령과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우리 시각에서 보면 사형은 피해야 할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디벨트가 전했다.
이집트에서는 군사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최종 결정은 오는 16일로 미뤄졌지만, 이집트 사법부의 사형 선고는 엘시시 정부의 반대파 탄압 조치로 여겨져 국제사회의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다.
사형선고가 이집트에서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슈임에도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심지어 테러 범죄를 포함해 그 어떠한 경우에라도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독일적, 유럽적 시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독일로서도 이집트의 시각을 존중할 것으로 본다”고 맞받아쳐 회견장에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메르켈 총리의 ‘돌직구’발언 외에도 이집트 내 갈등 여파는 이날 회견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히잡을 쓴 이집트의 한 여기자가 회견 막판에 질문 기회를 얻으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엘시시 대통령을 향해 “그(엘시시)는 살인자다”라고 크게 소리질렀다.
그러자 엘시시 대통령을 취재하려고 동행한 이집트의 다른 일부 언론인들은 “이집트 만세”라고 맞섰고, 청사 경비 인력은 그녀를 끌어냈다. 그 사이 메르켈 총리와 엘시시 대통령은 예정대로 회견을 끝내고 현장을 떠났다.
이날 청사 앞에선 엘시시를 ‘대통령’이 아니라 ‘장군’으로 칭하며 그의 독일 방문을 반대하는 세력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찬반 집회를 여는 등 일찌감치 갈등 상황을 예고했다.
독일 언론은 청사 회견장도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이집트 언론인들의 박수 등 요란한 반응 때문에 정숙이 유지돼 온 관례가 깨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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