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유럽에서 잇따른 수주소식을 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선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수주 소식으로 조선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노르쉬핑(Nor-Shipping) 2015’이 열리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 현지에서 미주지역 선사와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셔틀탱커(Shuttle Tanker) 3척에 대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앞서 지난 3일 덴마크의 머스크 라인(Maersk Line)과 1만9630 TEU(1TEU는 가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18억 달러에 수주했다.
이번 수주는 글로벌 상선시장의 회복세 둔화로 신조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41척으로 나타나 2009년 5월 이후 6년만에 50척 아래를 밑돌았으며 1월부터 5월까지 전체 선박 발주량은 351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4척) 대비 70.6%가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업체들이 수주한 선박들의 경우 대부분 초대형 선박인데다 에코십(Eco-ship)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일반 상선에 비해 가격이 높다. 이는 중국과의 비교에서 알 수 있는데 연초 이후 5월까지 우리나라가 수주한 선박은 총 103척으로 금액으로는 93억12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우리보다 많은 114척을 수주한 중국은 금액으로 41억1300만 달러에 그쳤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와 일부 금융업계에서는 조선업에 대해 끊임없이 우려를 제기해왔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 상선발주가 줄었고,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설비마저 발주가 끊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가수주 물량의 건조와 해양설비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이 오히려 이익을 훼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이같은 시장침체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만이 아닌데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초대형 선박에 대한 지속적인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그간의 우려를 소폭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또한 재무구조에 영향을 끼쳤던 악성(惡性) 수주물량이 상당수 인도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중이란 점에서 늦어도 내년부터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은 소폭이나마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벌크선의 업황 침체가 올해 선박 발주량이 나빠 보이는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업체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은 벌크선보다는 LNG선과 유조선 그리고 대형 컨테이너선에 높은 수주잔고를 확보했고 이들이 마진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중국이 주력하고 있는 벌크선 발주가 크게 줄었고 해양설비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라고 보면 된다”면서 “해양설비의 빈자리를 상선으로 채우고 있으며 일감 역시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주중인 선박들은 수주단계에서부터 면밀하게 선가 계산이 반영된 만큼 마이너스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그간 낮은 선가가 적용된 선박들과 혹독한 수업료를 치렀던 해양설비들의 인도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지난해와 같은 수익 악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수익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점차 개선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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