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못 내 교도소행, 연간 4만명…‘장발장 구제법’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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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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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로 간 장발장' 행사 중 염수경 추기경과 정의화 국회의장,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벌금 낼 돈이 없어 몸으로 죗값을 치르는 한국판 '장발장' 구제법 제정이 국회 차원에서 다시금 본격 추진된다. 

앞서 김기준 새정치연합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무부가 역차별 우려를 제기한 조항 등을 손봐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이 새로운 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홍 의원은 한 해 4만여명에 이르는 '장발장'에게 벌금을 대출해 주는 '장발장 은행' 출범 100일을 맞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로 간 장발장' 행사를 기점으로 이 같은 입법 계획을 밝혔다. 

'장발장 은행'은 벌금형을 받고도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를 선택하는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미성년자 등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다. 현재까지 개인과 기관, 단체로부터 3억2232만641원을 모금받아 155명에게 2억8608만8400원을 대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염수경 추기경이 참석해 벌금제도 개선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석해 장발장 운행 순항을 축하하며 벌금제도 개선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가서 강제 노역을 받는 일이 해마다 4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같은 형벌이라도 각 개인에게 주는 무게가 다르다. 몇십만원, 몇백만원 벌금이 전혀 대수롭지 않아 형벌 효과가 없는 분도 많지만, 한편으론 정말 돈이 없는 분들에게 벌금은 생계비를 빼앗아 가는 아주 가혹한 형벌"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어 "실질적으로 법 앞에 우리 국민들 평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장발장 은행 취지에 우리 당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우리 당은 더 나아가서 벌금제도를 좀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고 이미 법안도 제출했다. 법안이 처리되도록 총력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제출했다고 언급한 법안은 김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문 대표 등 같은 당 의원 32명이 지난해 4월 공동발의한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벌금형에 집행유예 도입 △일수벌금제도 △벌금납임기한의 연장과 분할납입 △대체자유형 △법원과 검사의 고지 의무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 법에 담긴 일수벌금제도와 대체자유형 제도 등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일수벌금제도는 벌금을 '며칠'로 선고하고 그 날짜 수에 '1일치 벌금액'을 곱하는 방식이다. 1일치 벌금액은 피고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정한다. 법무부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월급소득자가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장발장 은행 운영위원인 홍종학 의원은 일수벌금제도와 대체자유형을 제외한 새로운 장발장 구제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김 의원 안은 훌륭하지만 일수벌금제와 대체자유형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법무부의 반대 의견으로 의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장발장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일수벌금제와 대체자유형 제도의 도입 여부는 별개 논의로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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