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김지나 기자= 삼성그룹 공익재단의 유동자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은 향후 삼성 계열사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으로 이용될 수 있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승계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총 4개의 공익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삼성문화재단·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복지재단 등 3개 공익법인이 삼성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3개 공익법인의 유동자산은 작년 말 기준 총 1조666억원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유동자산은 9753억원이고, 삼성문화재단은 640억원, 삼성복지재단은 272억원 등이다.
유동자산이란 1년 이내에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특히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작년 5월과 6월 각각 삼성선물 및 삼성생명의 보유 주식을 처분하며 2656억원을 현금화했고, 유동자산 규모는 작년 2013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더불어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은 2013년 2306억원에서 2014년 743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도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은 각각 592억원, 272억원 씩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이 자금은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를 강화할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 매수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고, 이 부회장은 최근 '2015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공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계열사 삼성생명과 오픈타이드코리아 지분 2.18%와 0.26%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자산 중 10분의 1 가량을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의 경우 전체 자산 중 3분의 1을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재단은 삼성화재(0.35%) 삼성SDI(0.24%) 삼성물산(0.14%) 삼성전자(0.06%) 등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전체 자산 중 주식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8.92%이며 삼성SDI(0.58%) 삼성생명(4.68%) 제일모직(0.81%) 삼성증권(0.25%) 삼성물산(0.07%) 삼성화재(3.06%) 삼성전자(0.02%) 한국문화진흥(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공익재단은 개인·법인으로부터 회사 지분 5% 미만(성실공익법인은 10% 미만)을 인수할 경우 면세 혜택을 받는다.
최근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공익법인에 일반 기업 등 내국법인이 주식을 출연할 때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20%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자는 입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공익법인은 당국 및 노조, 사회 등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어 경영 감시가 어렵다"면서 "유럽 등에선 대기업이 재단을 설립할 경우 사회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선 재단을 설립하면 마치 사회공헌만 하는 것처럼 내비춰지지만 다수가 탈세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예컨대 문화재단인데 문화 사업 투자 비중은 적고 오히려 계열사 지분을 가지거나 확대한다면 이것은 재단의 목적성과도 동떨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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