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6월 첫 주말 서울 명동이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장슬기·문지훈·이정주 기자 =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고객 응대가 잦은 금융권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메르스 확진자의 가족이 보험금 청구 문제로 영업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업점을 조기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밎기도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의 딸 A씨가 지난 4일 보험금 청구 문의를 위해 한 대형 손해보험사 본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확진자 가족임을 확인한 본점 직원들은 A씨가 다녀간 직후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을 실시해야 했다.
당시 영업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메르스 확진자는 아니지만 의심되는 사람이 본점을 방문하는 바람에 로비 직원들까지 전부 비상이었다"며 "앞으로 메르스 관련 보험금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보험사도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그러나 해당 손보사가 아닌 같은 계열 생명보험사의 고객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손보사 직원은 고객을 담당 생보사로 안내했고, 확진자의 가족이 영업점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해당 생보사도 조기에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을 실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험금 청구는 전화 문의나 설계사를 통해 이뤄지지만 이번 메르스의 경우 보험금 관련 정보를 모르는 가입자들이 많아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외환은행은 최근 메르스 관련 유의사항을 각 영업점에 통보하고 위기단계별 대응방안을 마련, 실시중이다. 우선 메르스가 집중발생한 지역에 위치하거나 병원 및 공항에 입점한 영업점, 메르스 환자 격리치료 지정 의료기관과 상시적 거래가 있는 곳을 '메르스 취약영업점'으로 지정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영업점 방역에 나섰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20개 영업점과 평택시 소재 6개 영업점에 대한 방역을 완료하고 지난 4일부터 화성·동탄·오산 지역 20개 영업점과 서울 서초동지점, 장위동 합숙소에 대한 방역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본점 및 상암센터에 열 감지기도 설치했다.
하나은행 역시 직원 개인용 및 고객용 손세정제를 배포했으며 메르스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각 영업점장 판단에 따라 영업 중에도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이같은 방안을 비롯해 각종 연수 및 회의, 회식 등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금융사별로 진행 예정이었던 고객 행사 및 직원 내부 행사는 대부분 연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오는 11일 권선주 행장이 참석키로 했던 '연평해전' 시사회를 취소했고, 대규모 고객이 몰리는 현대해상의 '소녀 달리다' 행사와 한화생명의 '세계어린이 국수전'도 모두 잠정 연기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 채널 발달로 내방고객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적지 않은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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