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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평해전’ 진구 “故한상국 하사 아내, 포스터 속 내 얼굴 쓰다듬으며 ‘여보 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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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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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에서 해군 고(故) 한상국 중사역을 맡은 배우 진구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진구(34)에게 있어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제작 로제타시네마)은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기담’ ‘트럭’ ‘초감각커플’ ‘식객: 김치전쟁’ ‘혈투’ ‘모비딕’ ‘26년’ ‘쎄씨봉’ 등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준 진구는 ‘연평해전’에서 실제로 순직한 고(故) 한상국 하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상국 하사는 당시 중사(진)이었고, 2002년 7월 1일 중사 진급이 예정돼 있었으나 실종돼 진급이 취소된 바 있다.

이전 작품에서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시사회를 가질 때, 자신이 출연한 분량을 분석해 왔다. 무엇을 잘했고, 어떤 연기를 못했는지.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카메라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떠올랐다면 ‘연평해전’에서는 아니었다. 특히 30여분간의 전투신(scene)에서는 한상국이 자신 같지가 않았다. 처음으로 영화를 영화로만 본 기분이었다. 지난 5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유가족 분들하고 같이 영화를 보게 됐어요. 당시 현장에 계셨던 분들은 (영화 속에서)전투가 발생하자 애들을 데리고 나가시더라고요. 사실 그 부분을 보여주고 싶으셨을 텐데 말이죠. 현장감이 있어서였는지 당시가 생각나 못 참으시는 것 같았어요. 특히 다른 분께 전해들었는데, 한상국 하사 아내분께서 ‘연평해전’ 포스터에 있는 제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여보 나 왔어’라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이 먹먹했죠.”
 

영화 '연평해전'에서 해군 고(故) 한상국 중사역을 맡은 배우 진구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연평해전은 배우 진구가 아닌 인간 진구에게 있어서도 큰 사건이다. 제2연평해전이 일어나기 6일 전에 해군 헌병대를 전역한 진구는 “사실 저도 남다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2 한일월드컵으로 들떠 있던 대한민국의 응원단 붉은악마로 함성을 질렀기 때문이다. 6일 전까지만 해도 해군이었던 진구는 6일만에 사회에 물들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당시 뉴스 속보로 연평해전 소식을 들으며 흘려버렸다. 나중에서야 죄책감 같은 감정이 생겼는데, 이번에 ‘연평해전’ 대본을 받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영화를 보니까 그 마음이 더 커졌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진구는 ‘연평해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많았다고. 이제 13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유가족에게 누가 될까봐 걱정했고, 그래서 더 연기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상국 하사는 ‘연평해전’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투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나라를 지키려 했던 정장 윤영하(김무열) 대위를 비롯해 조타장 한상국 하사, 의무병 박동혁(박동혁) 상병은 긴박한 해전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끈끈한 전우애로 빛났다. 특히 한 하사는 박 상병의 어머니 생신을 따로 챙겨줄 정도로 각별했다.
 

영화 '연평해전'에서 해군 고(故) 한상국 중사역을 맡은 배우 진구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의도적으로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지는 않았어요. 그냥 시나리오 대로 연기했을 뿐이죠. 기합을 받으면서 장난도 치고, 박 상병의 어머니도 챙기고, 아내를 사랑하는 모습은 시나리오에 있는 그대로에요. 그래도 전투신이 가장 인상에 깊었죠. 각자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는 모습들. 실제로 전사하신 순국선열의 마지막과, 월드컵의 함성이 자료화면으로 등장했을 때 소름이 돋았어요. 그러면서 아팠죠. 저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비명 소리가 묻혔구나. 당시 산화한 장병들의 나이가 20~30대가 많았는데, 그 분들의 나이는 그 때에 멈춰 있는 거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죠. 제 또래도 많았을텐데….”

‘연평해전’이 그저 재미를 주고자 만든 영화는 아닐 것이다. 그 부분은 진구도 직시하고 있었다.

“감독님과 배우들, 스태프들의 하나된 의도는 관객들에게 ‘연평해전’을 알리자였어요. 영화가 개봉을 하고 막을 내릴 때까지 한 분이라도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누구도 정치적으로 이 영화를 해석한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4~5개월 촬영한다고 하면 150일 중에 130일은 촬영이 끝나고 술 한잔씩을 하는 편인데, 그 누구도 안 좋고 슬픈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안타까워는 했죠. 오히려 무거운 영화라 더 파이팅을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카메라 밖에서 이현우와의 관계는 형과 동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13살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 “현우가 애늙은이 느낌이 있다”는 너스레도 잊지 않았다. “경력이 있어서인지 현장에서는 확실한 프로다. 감독님이나 선배 배우들한테 의견을 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라고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황정민, 유해진과 같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기는 멋진 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진구인지라 후배 사랑은 더욱 각별했다.
 

영화 '연평해전'에서 해군 고(故) 한상국 중사역을 맡은 배우 진구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김무열도 동생에 속하는 배우지만,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자 자신이 깍듯하게 모셨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보통 배우들이 많이 나오면 치열하거든요. 서로 어떻게든 카메라에 잘 나오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애드리브도 많이 나오게 되는데 이번에는 서로 잘 지켜줬던 것 같아요. 미리 짜기도 했죠(웃음). 오늘은 너, 내일은 너. 이런 식으로 순서를 정하기도 했어요. 안 그러면 NG가 엄청 나오거든요(웃음).”

작품 속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한상국 하사를 연기한 진구는 아내의 사진을 보면서 “예쁘게도 생겼네”라고 애드리브를 한다.

“(실제)제 아내가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애드리브는 아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 툭 튀어나온 대사였어요. 바로 감독님께 달려가 ‘이런 대사가 나오네요’라고 했죠.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동시녹음 기사님을 붙여주셔서 멘트를 땄어요. 촬영 당시 저도 신혼이었고,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으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더 남달랐죠. 아내의 사진을 보면서 텔레파시를 보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만큼 한상국 하사에 빙의돼 메소드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진구의 연기는 ‘연평해전’에서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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