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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민주당(HDP)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공동대표[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7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쿠르드계 정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총선에 도전한 인민민주당(HDP)의 돌풍이 거셌다.
터키 반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 결과 AKP 득표율은 41%를 기록를 기록해 258석을 획득했다. 이는 전체 의석 수 550석의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AKP는 13년만에 연립구성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어 공화인민당(CHP) 25.1%, 민족주의행동당(MHP) 16.4% 등이 집계됐다.
특히 4위를 기록한 HDP는 의석을 받기 위한 최저 득표율(10%)을 넘긴 12.8%를 기록해 79석을 확보했다. 총선에 처음 진출한 쿠르드계 정당으로서는 큰 수확이다.
이같은 HDP의 돌풍은 집권당 AKP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저지에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터키 총선에서 10% 미만의 정당 득표는 사표로 처리되며 대신 1위 정당에 의석이 추가로 배정된다. 따라서 HDP가 10% 미만의 득표를 얻었다면 AKP가 60석 정도를 추가로 얻어 전체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HDP 비난에 주력했다. HDP의 득표율에 명운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자 HDP와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내세운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가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일 터키 쿠르드족의 수도격인 동부 디야르바크르에서 열린 HDP의 마지막 유세장에 폭탄 2발이 터져 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당한 것이 HDP의 득표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HDP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공동대표는 원내진출이 확정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를 원하는 모든 국민과, 모든 억압받는 사람, 모든 노동자, 모든 여성, 모든 소수자들이 함께 승리했다”며 자축했다. AKP와의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AKP는 2002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13년 동안 단독정부로 집권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첫 실패를 겪었다. 이로써 만일 3개 야당이 모두 AKP와의 연정을 거부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총선까지 치뤄야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통령제를 담기 위한 헌법개정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직 11년째였던 지난해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하고서 대통령제 개헌을 역설해왔으며 AKP는 대통령제 전환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제 개헌 시험대로 여겨진 이번 총선에서 AKP가 1위를 사수하긴 했지만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3분의2)는커녕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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