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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마비·외교 고립 '내우외환'…3분기도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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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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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서비스업 등 매출 하락 직격탄…관광객 입국 포기 속출

  • UAE, 경기도 '여행주의 지역' 지정…中 정부, 한·중 교류행사 무기한 연기

  • 대형질병 따른 경제위축 3개월 이상…6월 소비 위축 3분기까지 지속 우려

아주경제 정영일·배군득·조현미·김현철·한지연·안선영 기자 = 한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에 휘청거리면서 경제가 마비되고 외교적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당시에도 책임회피와 부처간 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던 정부가 1년 새 다시 악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국은 경제가 마비되고 외교는 고립되는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메르스는 9일 기준 발생 20일째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서비스업은 매출하락으로 각종 지표가 곤두박질 쳤다. 주말 유통가는 평소보다 15% 이상 매출이 급감한 곳도 나타났다.

주말 인산인해를 이루던 국내 3대 수도권 놀이동산(에버랜드·롯데월드·서울랜드)은 1~2시간 길게 줄을 서던 놀이기구를 30분 만에 탈 수 있을 정도로 입장객이 확 줄었다.

6월 소비 위축이 하반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와 신종인플루엔자 등 지난 대형 질병을 보면 발병 후 경제적 위축은 3개월 이상 지속됐다. 현재 메르스 수준이면 3분기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

◆외교적 고립 확산 우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만 잘 했다면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세월호와 달리 확진자의 이동경로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확산은 정부가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세월호는 해운업체의 과실이 컸다는 점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론에서 벗어났지만 메르스는 병원과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며 “그 사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 위축이 심화됐다. 수출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미진한 대응으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높게 일고 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7일(현지시간)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경기도를 ‘여행 주의(travel warning)’ 지역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는 '한·중 인문교류 증진 및 경제무역 협력 강화에 있어서 양국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한·중 교류 행사도 무기한 연기시켰다. 

한국관광에 나설 예정이었던 외국 관광객의 입국 포기 사례도 2만명을 넘어섰으며 메르스 공포가 확산된 지난 주말 6∼7일 이틀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여객 인원도 5월 말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례적으로 8일 한국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메르스 확산 상황과 정부 대응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와 병원은 울상…이번달 매출하락 불가피

유통업계는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백화점(기준점)의 이달 1~7일 매출은 메르스 영향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역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같은 기간 9.9%나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5.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이마트는 9.8%, 롯데마트는 14.7% 매출 감소를 보였다. 특히 마트업계 매출 감소폭은 매일 커지는 양상이다.

화장품업계도 마찬가지다. 명동에 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A브랜드숍은 지난달 20일 이후 입객 수가 10~15% 줄었다. B브랜드는 이달 첫 주말 입객 수가 5월 마지막 주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A브랜드 관계자는 “중국·홍콩 등에서 방문한 여행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학교에 급식 우유 등을 제공하는 유업계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서울우유의 경우 오는 9일 학교 공급 우유 매출량은 전주 대비 24%나 감소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학교가 휴업하더라도 방학 조정 등으로 수업 일수는 동일해 우유의 총 공급량은 지금과 같다”면서도 “휴업이 길어질 경우 매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외면은 더 심각하다. 삼성서울병원에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외래 환자는 30∼40%가량 줄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서울대병원의 경우 어린이병원 예약 취소 비율이 23%로 치솟았고, 단국대 천안병원은 외래 환자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업계도 울상이다.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발생 이후 지금까지는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번 달부터는 매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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