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폐질환이나 신장질환 등의 질병을 이미 앓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증상은 대부분 약하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고 미국 보건전문가가 지적했다.
대니얼 루시 미국 조지타운대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8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폐질환과 신장질환, 면역결핍, 당뇨 같은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증상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루시 교수는 이어 “메르스 바이러스가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의 먼 친척뻘이지만, 사스나 독감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약하다”며 “한국의 메르스 발병이 곧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의 메르스 발병이 주로 병원과 연관된 점, 지금까지 메르스 바이러스 변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사회 모든 부문, 특히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조직과 공중보건 관계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다”며 “보건 당국이나 정부가 일반인들에게 (메르스 발병 상황에 대해) 투명해야 한다”며 조언했다.
실제 현재까지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들은 대부분 폐렴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3번(76), 6번(71), 25번(57·여), 36번(82), 64번(75), 84번(80), 47번(68) 환자 등 7명이다.
이 중 한 명의 사망자만 제외하면 모두 70세 가까이 되거나 그 이상의 고령자다. 57세의 25번 여성 사망자는 고령자는 아니지만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고, 관절염 치료 목적의 약물을 복용하면서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3번 환자와 64번 환자는 각각 담관암과 위암으로 치료를 받다 메르스를 이겨내지 못했고, 6번 환자는 2011년에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적출한 상태였다. 36번과 84번 환자는 고령에 각각 세균성 폐렴과 흡인성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메르스 증세가 겹쳐 증상이 악화됐다. 가장 최근인 9일 사망한 47번 환자는 판막질환을 앓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저하 환자를 메르스 감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와 콩팥을 공격하기 때문에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과 만성 신장병 환자는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예방의학회는 해외 메르스 환자 10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암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메르스 환자의 사망률은 44.3%로, 건강한 환자의 10.7%보다 4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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