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되레 확산되면서 정치권의 행보도 빨라졌다. 여야는 지난 7일 이례적으로 4+4회담을 열어 메르스 대책을 논의했고, 국회 차원의 메르스 대책 특위 구성도 8일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메르스가 정쟁마저 집어삼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정치권의 변화를 이끈 기폭제는 ‘박원순 효과’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한방을 먹은 정치권이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이다.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2주일이 지나서야 대통령 주재 메르스 회의를 가졌던 청와대는 불과 반나절 만인 다음날 즉각 박 시장의 회견을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나서면 혼란을 초래하고 대응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박 시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절반 이상(55%)은 박 시장의 회견에 대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5일 ‘JTBC 뉴스룸’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 물론 박 시장의 회견 시점과 그 내용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초동 대처에 실패한 보건당국과 여당이 그를 비난할 명분은 적다. 연일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정보공개’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것이 바로 청와대·새누리당·보건복지부였으니 말이다.
급기야 시민들이 ‘메르스 지도’를 직접 만들어 돌릴 정도로 병원 정보공개 요구가 거세지자, 최경환 총리 대행이 7일에서야 메르스 확진자 발생·경유 병원 24곳을 전격 공개했다. 문제는 이 명단조차 오류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대국민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정부가 이제라도 정보공개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메르스 사태 진화를 위해 스스로 ‘컨트롤타워’가 되길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국가비상사태’로까지 번진 현 메스르 사태를 진화하고 정부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박 대통령 스스로에게 달렸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총리까지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언제까지 ‘박원순 효과’만 지적하고, 뒤로 숨을 지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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