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메르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 [사진= 유엔멀티미디어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은 최초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사례가 계속 번지는 것으로 감염 원인을 찾지 못하는 ‘지속 감염’이 아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WHO에서 메르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속 감염은 질병 원인을 추적하지 못하고 통제도 못 하는 상태에서 계속 발병하는 상태”라며 “한국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모두 최초 환자와 관련된 병원 내 감염”이라고 말했다. 지역감염 사례는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엠바렉 박사는 메르스에 노출돼도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에서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다녀온 사람이 병원 몇 군데를 찾아다니면서 200여 명과 접촉한 다음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면서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모르며 앞으로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비교·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메르스의 변종 가능성에 대해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끼리 전염을 할 때 항상 조금씩 변하지만 얼마나 변화하느냐가 문제”라며 “한국에서 발병한 메르스는 일반적인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엠바렉 박사는 또 홍콩이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한 것에 대해 “10년 전 사스(SARS) 등으로 큰 고생을 한 홍콩 보건당국이 그런 엄격한 조치를 한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이런 조치를 할 필요가 없으며 WHO는 여행 자제 등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메르스 발병·전염 추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프랑스·영국 등에서도 한국과 같은 유형의 메르스가 나타났다”며 “사우디에서는 지난해 200개 병원이 메르스 감염에 관련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엠바렉 박사는 “사우디에서는 올해에도 병원 20개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타났다”면서 “메르스는 별다른 특징이 없으므로 전 세계 의료진은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여행 경력을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엠바렉 박사에 따르면 현재 중동에서 메르스의 원인으로 알려진 낙타를 대상으로 메르스 백신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여러 실험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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