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18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국민불안감이 높아지고, 서민경제가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속에서 외국 방문길에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에서는 “메르스는 국가적 재난이자 비상시국”이라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대통령이 외국 방문길에 꼭 나서야겠느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비등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연기하거나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메르스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확산하는데 정부의 초기대응 미숙이 결정적 원인이 됐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과 아마추어리즘과 연결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있는 상황에서 출장길에 오를 경우 안그래도 싸늘한 여론이 더욱 냉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방미 일정 전격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메르스 확산에 따른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 따라 미일 신(新)밀월 관계가 조성되고, 북핵문제 북한의 공포정치 등 한반도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이번 방문을 통해 한미동맹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익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취소는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로 인해 발생하는 국익손실에 대한 우려에 대해 "(한·미 양국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방미 일정을 재조정키로 합의했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양국의 관계가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빨리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다시 잡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사정을 이해하고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만큼 앞으로 방미 일정을 조속히 잡으면 그만큼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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