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에서 80대 노인 운전자가 운전면허 갱신시험 중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노인 운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11일(현지시간) 전날 오후 면허 갱신을 위한 도로주행 시험을 치르던 87세 남성이 운전면허국 (DMV) 건물에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건물 일부가 파손됐지만 운전자를 비롯해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고령화 현상에 따라 노인 운전자들이 유발하는 사고가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4월에는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한 한인 제과점에 한인 노인 여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돌진해 운전자 등 6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가을에는 시카고에서 80대 노인의 난폭 운전으로 한인 수녀 등 3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자동차 없이 꼼짝 못하는 미국에서 노인들의 운전으로 인한 논란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1960년대에 이미 전미 자동차 보유대수가 약 9000만대에 이르면서 인구당 자동차 비율이 약 48%에 달했다.
당시 20~30대였던 젊은이들이 지금 70~80세의 노인이 됐다. 1967년에 이미 65세 이상 운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미국은 2030년경에는 5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도로 위 네 대의 차량 중 한 대의 운전자가 65세 이상 노인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중에서도 70세 이상의 운전자의 수가 현재의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저지 주 경찰의 지난 2년 동안 통계를 보면, 이 기간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운전자 30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5% 이하였다. 하지만 이는 노인들이 자동차를 천천히 모는 경향이 있어 대형 사고를 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대다수 미국 노인 자신들은 시력검사 등 신체검사와 운전 기능 테스트를 통한 운전 가능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와 운전 테스트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부담이 예상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교통사고 또는 티켓 발부 기록 등을 통해 위험한 것으로 인정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와 운전시험 등을 치르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운전을 하는 것은 마땅히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당연한 권리이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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