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리 1호기' 폐로 결정...해체과정 가시밭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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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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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 1호기'가 국내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경제성이 높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처사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서 원전이 영구 가동 중단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폐로의 후속 절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하다는 측면에서 폐로를 위한 기반여건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2차 회의를 열고,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산업부는 빠른 시일내로 에너지위원회의 권고안을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에 전달할 예정이며, 한수원은 다가오는 이사회에서 계속운전 신청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고리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이 이달 18일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가동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위원회의 영구 정지 권고 결정이 나옴에 따라 한수원은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 형식으로 폐쇄 및 해체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에 최소 15년에서 최대 3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원전 해체는 영구정지·냉각, 계획·준비, 사용후핵연료 인출·격리, 방사성기기 안전관리, 제염·기기구조물 해체, 부지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원전을 정지한 후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데만 5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실제 해체 작업은 2022년께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토양과 건물 표면의 오염까지 제거해 부지를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최대 30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원전 폐쇄의 경우 고난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들어가는 법정 비용은 6033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고리 1호기 해체 비용 6033억원을 현금으로 은행에 예치해 둔 상태다. 하지만 실제 해체 과정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많아 소요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상용 원전의 폐로에 대한 규정과 기술이 사실상 전무하고, 관련 규정조차 없어 폐로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해체역량이 선진 해체기술국 대비 70% 수준이며, 해체관련 38개 기술 중 21개는 미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서야 '원자력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으며, 원전 해체와 관련한 규정에 대한 세부 계획 및 절차도 없어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을 감안했을때 고리 1호기의 완전해체까지는 꽤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CVTR 원전의 경우 1967년에 영구정지됐으나 2009년까지 해체 작업이 지속돼 42년이 소요됐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
앞서 정부는 지난 1997년 트리가원자로 2호기(2MW)에 대한 폐로를 진행하는데 무려 5년의 시간과 192억원의 비용을 들였다"면서 "고리 1호기 같은 대형 상용 원전의 폐로를 진행하는 데 있어 기반여건 조성에만 어림잡아 5년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영구정지돼 해체됐거나 해체가 예정된 원전은 2013년 말 현재까지 19개국에 149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12.8%)에 불과하며 국가별로는 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다.

국내에는 현재 고리 1호기를 포함해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2029년까지 36기까지 확대하는 전력 수급계획이 최근 마련됐다. 고리 1호기에 이어 고리 2호기는 2023년에 설계수명이 끝나고 고리 3호기는 2024년, 고리 4호기와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는 2025년에 수명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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