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장더장 중국 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국내 재계 총수들과 논의한 화두는 중국 정부가 희망하는 산업 정책의 방향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바이오, 금융, 혁신, 친환경, 문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한·중간 교역규모가 축소되면서 양국간 경제관계에 적신호가 켜져 있으나 중국 경제의 진화에 맞춰 한국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있어 중국을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로 대하고 협력을 해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재계 총수들은 장 위원장의 방한이 중국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라고 보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위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1시간여 동안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남성 삼성SDI 사장 등 전자계열사 경영자들은 물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등 금융계열사 사장들도 배석했다.
이 부회장은 장 위원장에게 IT와 바이오에서부터 금융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삼성전자가 출시를 준비중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등의 현지 진출을 위한 중국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하드웨어(HW) 위주의 중국사업 구조가 금융 등 소프트웨어(SW)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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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 부회장은 중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중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삼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책을 지원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2일, 장 위원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연이어 만났다.
먼저 장 위원장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를 방문해 정 회장으로부터 현대차그룹이 벌이고 있는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사업과 중국 내 신공장 건설 추진 현황을 소개받았다.
정 회장은 “중국에서 추진 중인 신공장들과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판매 확대를 통해 중국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양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장 위원장은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장 위원장은 정 회장의 안내를 받아 양재동 사옥에 전시된 K7 하이브리드와 쏘울전기차와 올 하반기 중국 출시를 앞둔 신형 투싼(중국명 ix35)도 살펴봤다. 정의선·양웅철·신종운·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설영흥 현대차 고문 등이 동행했다.
친환경차량은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환경정책 가운데에서도 핵심 추진과제다. 늘어나는 차량 수요에 비례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친환경 차량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장 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신제품 개발 등 중국 사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를 해주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 장 위원장은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구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혁신’을 높이 평가했다.
장 위원장은 “혁신은 LG전자의 지속적인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은 아주 큰 시장이니 좋은 제품을 계속 선보여달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LG는 여전히 새로운 발상의 편의성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높은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장 위원장이 인정한 것이다. 이에 구 부회장은 “앞으로도 중국 시장에 혁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만나 CJ의 문화콘텐츠 사업 발전 방향을 소개받고 중국 정부와의 협력 방안과 문화 교류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장 위원장의 CJ E&M 센터 방문에는 한류스타 이영애 씨와 윤제균 영화감독, 나영석 PD 등이 함께했다.
손 회장은 “CJ의 꿈은 중국이 개척하는 일대일로와 동행하면서 한국과 중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이를 통해 이해와 우호를 증진시키는 글로벌 문화 메신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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