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 로비가 텅 비어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
메르스 때문에 원자력 보라매병원 응급실 폐쇄
응급환자뿐만 아니라 중증환자도 제때치료 못받아
삼성병원 이용했던 환자 감염우려에 진료 거부당해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문을 닫는 병원이 속출하면서 아파도 병원을 갈 수 없는 '환자난민(難民)'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병원에 이어 대형병원의 폐쇄가 잇따르면서 응급 환자뿐 아니라 중증 환자도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을 이용했던 환자들은 메르스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 당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정도다.
15일 보건당국과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서울시 보라매병원과 노원구에 있는 원자력병원 등이 응급실을 폐쇄했다.
보라매병원은 137번째 메르스 확진자(55)인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이 지난 5일 아들의 치료를 위해 응급실에 들른 사실을 확인한 직후인 14일 저녁 응급실을 임시 폐쇄했다.
보라매병원은 이날 동작구보건소로부터 해당 환자의 응급실 방문 소식을 통보받고 폐쇄회로(CC)TV 등으로 동선을 파악, 이날 저녁부터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고 시설 소독을 하고 있다. 응급실은 16일 오전 9시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137번 환자는 2일부터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을 보였지만 삼성서울병원의 감시 대상에서 빠져 10일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해온 환자다.
암 전문병원인 원자력병원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던 암 환자가 14일 오후 응급실에 온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임시 폐쇄와 시설 소독에 들어갔다.
병원 관계자는 "방문 환자가 메르스 확진자나 추적 관리 대상자는 아니지만 면역력 약한 암 환자가 많은 병원 특성상 적극적인 예방을 위해 잠정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72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은 14일부터 현재 입원 환자와 메르스 확진자를 제외한 신규 입원과 수술, 외래를 모두 중단한 상태다.
같은 날 부산 좋은강안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머문 병동의 환자와 의료진을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98번(58)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던 서울 양천구의 메디힐병원과 115번(77·여) 환자가 머물렀던 경남 창원SK병원이 폐쇄됐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을 시작으로 폐쇄되거나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은 서울 건국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 경기 한림대동탄성심병원·평택굿모닝병원, 충남 아산충무병원, 대전 대청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 등 20여곳에 달한다.
폐쇄 병원이 중소병원에서 대형병원으로 확산되면서 중증 질환자와 응급 환자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병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일수록 심각하다.
삼성서울병원 환자의 고충은 더하다. 삼성서울병원 진료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과 가까운 A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받으라는 것이냐"고 지적하며 "다른 병원으로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삼성서울병원 환자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 B병원 관계자도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받는 것에 대한 기존 환자의 저항이 상당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병원의) 기존 환자들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병원 간 '환자 떠넘기기'가 본격화 되면서 사태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음에도 진료 거부를 우려해 이 사실을 숨긴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병원의 환자 진료 거부에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5일 "일부 의료기관에서 삼성서울병원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의료인이 메르스 격리 해제자에 대해서도 진료를 거부할 경우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따라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