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포스코건설 주식 양수도에 대한 최종 계약을 체결해 약 1조2400억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포스코는 15일 오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서 권 회장과 압둘라만 알 모파디 PIF총재가 포스코건설 지분 38%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PIF에 제공하는 주식은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건설 주식 1080만2850주을 매각하는 한편, 포스코건설이 신규 발행한 508만3694주 등으로 구성됐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먼 여행을 떠나기 전 올바른 동반자를 선택한다”라는 아랍 속담을 인용해 “한국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리는 계기가 고려시대 이곳 송도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예성강 하구 벽란도에 온 아랍상인들을 통해 이뤄졌다”며 “이번에 한국과 사우디가 함께 미래를 열 수 있게 된 것도 양국간 1000년이 넘는 역사적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8월말 PIF의 인수의향서(Indicative Offer) 접수 이후 실사 및 협상을 거쳐 9개월여 만에 일궈낸 결과로, 양사는 올 3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시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전략적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사우디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양사 협력사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번 본 계약의 성사를 뒷받침함으로써 중동 4개국 순방 최대 성과물로 평가 받았다.
포스코와 PIF는 본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여러 걸림돌과 난관이 있었지만 강한 사업의지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에너지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PIF를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자동차 산업 등 산업 인프라 및 제조업을 육성할 계획을 세웠고, 국부펀드인 PIF는 사업 파트너로 한국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경험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스코를 선택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PIF는 사우디의 주요 제조업 및 산업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산규모는 3000억 달러(한화 약 330조원)에 달한다. 원래 재무부 산하 국부펀드였으나 올해 새로 취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80)이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경제개발위원회(CED) 산하로 옮겨졌다. CED는 국왕 직속기관으로 석유부, 재무부 등 22명의 장관으로 구성돼 사우디의 경제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PIF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포스코건설은 자본금 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투명한 경영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을 감소시켜 왔는데, 이번 PIF투자유치에 따른 유상증자 효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PIF가 선임한 2명의 이사가 포스코건설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비상장사로선 드물게 국제표준에 맞는 경영의 투명성과 운영시스템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양측은 사우디 국영 건설사를 합작설립(JV)해 PIF 등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 호텔, 건축 등 현지 주요 건설산업에 공동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으며, PIF는 포스코건설이 보유한 선진 건설기술 이전으로 자국 내 건설사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상호 윈-윈(Win-Win)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포스코의 현지 합작 해외 진출은 ‘중동시장 개발 3.0 시대’를 개막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0~1980년대가 국내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던 저위험 저수익의 ‘중동1.0 시대’였다면, 1990~2000년대에는 한국건설사들이 단독으로 진출해 설계, 시공하는 EPC 사업을 통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 ‘중동 2.0 시대’였다. 포스코는 현지 로컬 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저위험 고수익의 건설분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중동 3.0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포스코는 향후 PIF와의 신규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할 계획으로 양사간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민자발전사업인 IPP 사업 등으로 협력분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