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모처럼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취임초부터 추진해 온 ‘혁신 포스코 1.0’ 작업이 최근 대내외적 사정으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비를 맞은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게 사실이었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 ‘원군’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원의 손길을 잡음으로써 권 회장은 숨을 고르고 다시 뛸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사우디 투자유치는 지난해 8월말 PIF의 인수의향서(Indicative Offer) 접수 이후부터 권 회장이 직접 사안을 챙기는 등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프로젝트였는데 마치 '신의 한 수'처럼 적절한 시기에 실현된 것이다.
권 회장은 15일 오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서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압둘라만 알 모파디 총재와 포스코건설 지분 38%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PIF에 제공하는 주식은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건설 주식 1080만2850주을 매각하는 한편, 포스코건설이 신규 발행한 508만3694주 등으로 구성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1조2400억원으로, 포스코는 약 8000억원, 포스코건설은 약 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기 확보한 1조5000억여원에 이어 이번 투자유치를 포함해 권 회장 취임후 3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유상증자 효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PIF가 선임한 2명의 이사가 포스코건설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비상장사로선 드물게 국제표준에 맞는 경영의 투명성과 운영시스템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PIF와 사우디 국영건설사를 합작설립(JV)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 호텔, 건축 등 현지 주요 건설산업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다수의 대기업 계열 건설업체들이 사업부진으로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려 모기업에게 까지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포스코에게 다행스러운 점이다.
특히 이번 투자유치는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해 계열사들이 각기 보유한 장점을 융합해 통합 진출한다는 새로운 선단식 해외진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포스코는 향후 PIF와 함께하는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통해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민자발전사업인 IPP 사업 등으로 협력분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진행해왔던 사우디 국민차 사업이다. 사업 추진에 계획에 비해 부진해 어려운게 아니냐는 전마도 나왔으나 이번 투자유치로 영속적인 사업 추진에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리더십 실종’이라는 코너에 몰렸던 권 회장이 대반전을 이뤄내, 기 추진중인 혁신작업은 다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평탄하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혁신의 주 목표인 본원적 경쟁력 확보, 즉 철강업황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 월드퍼스트, 월드베스트 판매 비중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현재까지 그가 보여준 실적 개선은 ‘자산매각’ 효과가 컸다. 그의 경영관에 반발하는 것이 권 회장이 리더로서 판매확대의 길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개년으로 예정된 ‘혁신 포스코 1.0’ 2년차인 2015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권 회장이 남은 6개월 안에 어떤 또 다른 성과물을 창출해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