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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비수사’ 곽경택, 항상 영화 생각하는 24시간 ‘취재모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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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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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비수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만약 곽경택(49) 감독이 영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이 어울렸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형사나 기자를 택했어도 훌륭히 제 몫을 해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곽경택 감독은 24시간 ‘취재모드’다. 언제나 영화를 생각한다. 이미 진행 중인 영화가 있음에도, 어디선가 영화의 소재가 될 만한 얘깃거리를 들으면 메모하고 트리트먼트(약 15개의 시퀀스를 챕터로 나누어 정리한 형태, 시놉시스 다음으로 줄거리에 살을 붙여 소설처럼 써 내려간 것)화 시킨다.

영화 ‘극비수사’(제작 제이콘컴퍼니·공동제작 영화사 신세계)도 처음에는 트리트먼트로 시작됐다. 앞서 ‘친구2’(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집필 중 취재차 우연히 만나게 된 공길용 형사로부터 실제 있었던 유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접하면서 구상했다. 곧바로 트리트먼트를 작성해 한대덕 작가에게 시나리오 작성을 부탁하고, 이를 토대로 각색을 거쳐 ‘극비수사’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1978년 부산에서 한 아이가 유괴된 후 수사가 시작되고, 아이 부모의 특별 요청으로 담당이 된 공길용(김윤석) 형사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극비 수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도사 김중산(유해진)으로부터 아이가 살아 있으며 보름 째 되는 날 범인으로부터 첫 연락이 온다는 사주풀이를 듣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극비수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곽경택 감독을 만나 ‘극비수사’에 대한 썰을 풀었다.

“항상 취재 모드로 있죠. 그게 영화의 디테일을 살리고, 감독에게 있어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안을 채우는 것은 대사고요. 취재를 열심히 하면 어떤 신(scene)이 보석처럼 빛날 때가 있죠.”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실제 주인공들로부터 허락을 구해야 했다.

“제가 이야기를 듣고 영화화 시키고 싶다고 했더니 ‘열심히 해보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영화가 그 당시 사건의 숨은 공로자를 드러내다보니 부담이 될 수도 있었죠. 공 형사님이나 김 도사님이 ‘그 때 동료들한테 미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들 퇴직한 상황이라, 과거에 우리가 목숨을 걸고 힘차게 뛰었던 일을 한번쯤은 공개해보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죠.”

소재로 쓰인 기가 막힌 사연이 재미도 있었지만 곽경택 감독은 공 형사와 김 도사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게 바로 ‘극비수사’를 선택하고 밀어붙이게 된 동력이었다고 곽 감독은 회상했다.
 

영화 '극비수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이미 세월이 지나 묻어도 되는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서 눈가가 촉촉해 지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죠. 두 분 말고도 그렇게 자신의 공적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테니까요. 저도 그런 일이 있었을 테고요. 선의에 의한 행동들이 결국에는 인정을 받게 된다는, 그런 진정성으로 다가갔습니다.”

‘극비수사’에는 ‘친구 1·2’ ‘미운오리새끼’(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등 곽경택 감독의 전작들에 출연했던 정호빈, 장영남, 조지환, 장지건 등이 합류했다. 곽경택 감독은 각자의 배역에 맞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간 시나리오였다.

“머릿속에 배우들에 대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시나리오를 쓰면서 배우들을 고려하죠. ‘아 이 캐릭터면 걔가 좋겠네’라는 게 있어요. 장지건은 이제 확실히 배우가 된 것 같고요. 다른 여러 비중있는 조역들의 경우에도 훌륭한 연기력을 소유한 배우들이죠. 그 분들이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이정은 씨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이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기 직전까지도 딸을 잃어버린 감정을 그대로 갖고 있었으니까요.”

김윤석은 각별했다. 공길용 형사의 분량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같은 동향 출신에 나이도 비슷하다보니 할 말이 많았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대포를 마시며 우스갯소리로 서로를 즐겁게 했다. 첫 만남이었지만 서로 영화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며 그렇게 친구처럼 지냈다.
 

영화 '극비수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유해진 역시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유해진 씨는 되게 조심성이 많은 배우였어요. 뭔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도 그랬죠. 윤석 씨가 다이렉트로 말하는 편이라면 해진 씨는 약간 돌려서 얘기하는 스타일이었죠.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요(웃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는 배우라는 느낌이었어요. 자신의 신에 대한 분석표도 있었죠. 현장에서는 항상 웃으며 연기해도 홀로 준비를 많이 하고 챙기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곽경택 감독은 디테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 70~80년대 영화를 찍는다면, 교복은 반드시 다려져 있어야 한다. CG(컴퓨터그래픽)가 전혀 없을 것 같은 ‘극비수사’에서도 CG는 등장한다. 간신히 옛날 풍의 아파트를 촬영 장소로 섭외를 했는데 당시에는 없었던 에어컨 실외기와 섀시 부분을 전부 지웠다. 가수 남진의 포스터도 실물이 없어 CG를 사용했다. 그냥 무에서 만들어낸 CG가 아니라 미술팀에서 뽑은 포스터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부산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진 극장 지하 창고 장면에서는 더 심했다. 영화 간판 그림 전문 화가를 섭외했다. 그러나 워낙 고령이시라 ‘오멘’과 ‘드라큐라’를 그리고 나머지는 그리질 못했다. 결국 나머지는 CG처리했다.

미쟝센에도 신경을 쓴다. 예컨대 부산 형사팀이 아이의 생사 여부가 아닌 범인 검거에 열을 올리는 장면에서는 뒤편으로 코믹 캐릭터 ‘영구’의 기원이 된 ‘여로’의 한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를 구하려고 하지 않고, 그렇다고 뾰족하게 범인을 잡을 상황도 안되는 가운데 우왕좌왕하는 형사들을 꼬집었다.

그만큼 ‘극비수사’에 집중, 전력을 다했다. 지금 곽경택 감독의 심정은, 정말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우연히 아는 문제들 위주로 나와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누군가 ‘이번에 네가 전교 1등이래’라는 말을 들은 것과 비슷하다. ‘극비수사’에 대한 언론, 평단, 일반 관객들의 평이 그렇다.

“그냥 묵묵히 하고 싶은 영화를 하다보면 칭찬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러나 곽경택 감독은 지금도 24시간 취재 모드다. 차기작은 여동생이 대표로 있는 바른손 작품이 될 예정이다. 희망대로라면 8월 말쯤 크랭크인 된다. 정말 스스로 쉴 틈을 주지 않는 곽경택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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