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중국을 휩쓸며 648명(홍콩 포함)의 사망자를 냈던 2003년. 당시 광둥(廣東)성에서 시작된 사스가 수도 베이징(北京)을 엄습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도 베이징시 당국은 감염 환자만 12명(당해년도 3월말 기준)에 불과하다며 사건을 은폐하는 데 주력했다. 이미 수십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베이징시내에 파다했고, 시민들은 불안감과 공포감에 휩싸였다.
결국 진실은 한 의사의 고발로 전 세계에 드러났다. 이후 새로 임명된 베이징시장은 “1은 1이고 2는 2다”며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매일 발표되고 현황이 고스란히 브리핑되자 시민들은 정부를 믿기 시작했다. 공포감은 사라졌고, 시민들은 이성적인 판단력을 되찾았다. 여기에 중국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사스의 기세는 꺾였다. 이를 진두지휘했던 이가 바로 최근 반(反)부패 투쟁의 선두에 선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다.
12년전 사스의 교훈은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에도 관통했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 K씨가 입국하자, 중국은 K씨의 소재를 찾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고, 밀접접촉자를 격리하고 인근 지역에서 소독 등 방제작업을 벌였다. 중국은 K씨가 입원한 병원명을 즉시 공개했고,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취재를 허용했다. K씨가 탔던 버스의 시간과 차량번호판도 공개했다. K씨 관련된 정보는 모두 공개됐다. 인터넷 괴담이 원천봉쇄됐다.
또한 중국 당국은 2003년 사스 확산을 막은 '인민영웅'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를 팀장으로 하는 메르스대응팀을 출범시켰다. 중난산은 매일같이 메르스 관련된 사항들을 발표하고 있다. 상하이 푸단(復丹)대 소속 연구소가 이미 메르스 항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인민들을 안심시켰다.
이 밖에 중국은 언론을 통해 메르스 관련된 사항을 적극적으로 전파했고, 10만여명의 중국인들이 한국방문을 취소했다. 메르스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각 공항에서는 입국자에 대한 발열검사를 강화했고, 항공사들은 한국을 왕복하는 항공편수를 축소시켰다. 홍콩의 경우 한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여객기를 지정된 지역에만 착륙하도록 하고 강도높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중국에는 K씨 외에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없다. 현재 베이징의 거리에서나 지하철에서나 마스크를 쓴 시민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보건당국 관계자는 “2012년부터 중국은 전 세계에서 창궐하는 바이러스를 일일이 조사하고 있어서 메르스 전염 방식과 바이러스 처리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며 “메르스같은 전염병 창궐에 대비해 끊임없는 실전 연습을 했기 때문에 초기 대응은 어렵지 않았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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