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국유기업 경영자들이 벌여왔던 비리행태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망은 올해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순시조의 감찰대상인 26개 중앙 국유기업 가운데 결과보고서가 나온 21곳에 대한 비리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대다수 국유기업에서는 경영진의 가족과 친척이 중요한 이권사업을 따내고 재무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문제가 있는 간부를 발탁하는 등 각종 문제점이 노출됐다.
구체적으로 중건(中建)총공사, 중국선박중공업, 중위안(中遠)그룹, 바오강(寶鋼)그룹, 우한강철(武鋼), 페트로차이나, 화넝(華能)그룹, 남방전력망, 동방전기, 중국핵건(核建), 차이나모바일 등 총 11곳에서 기업 경영진과 지도부 가족들의 비리 문제가 적발됐다. 중앙순시조는 이 중 철강회사인 바오강과 우한강철의 문제점이 특히 심각하다고 비판하면서 우한강철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재물을 수탈한다"는 강한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국유기업 4곳에서는 지도부의 국유자산 잠식 행위가 드러났다. 이 중 중국이동통신은 "지도부가 기생형 가족형 이익공동체를 형성해 국유자산을 잠식하고 사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한을 이용해 하부기관이나 업체에서 뇌물을 받는 사익 추구행위도 3곳에서 지적받았다. 이들은 협력업체나 하위단체로부터 거액의 쇼핑카드나 촌지, 선물 등을 받았다. 말단직원들이 고객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사례도 나타났다.
이와 함께 페트로차이나, 중핵그룹 등 8곳은 허위로 장부를 꾸미거나 분식회계를 하는 등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재무관리 실태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금에서 빼돌린 비자금'(小金庫)을 조성한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문제가 있는 간부를 발탁하거나 지도부의 측근들을 요직에 임명해 '끼리끼리' 패거리 문화를 조성한 경우도 많았다. 이 가운데 페트로차이나와 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패거리 문화가 심각해 '근친번식'이라는 질타까지 받았다. 또한 21곳 중 한 군데를 제외한 20곳에서 '사풍'(四風·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 문제가 여전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반부패 사정이 강화되면서 주요 사정 대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3대 석유회사 회장을 비롯한 7개 국유기업 수장이 물갈이됐으며 최근에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국유기업의 통폐합 방안도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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