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용당하고, 유린당하며, 놀림거리가 되었던 마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고, 희망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처절한 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15일 아주경제는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준필름)의 배우 권소현을 만났다. 극 중 미나와 상반되는 이미지라고 느꼈던 것은 비단 그의 외모 때문은 아니었다. 권소현은 인터뷰 내내 해사하게 웃었고, 경쾌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미나라는 캐릭터는 저와 거의 달랐어요. 전 활발하고 웃음도 많은 데다가 표현도 솔직하거든요. 눌러두거나 참지 않고 바로 물어보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 때문에 더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죠.”
외모적인 콤플렉스와 폭식증으로 위안을 얻는 미나를 표현하기 위해 권소현은 살을 찌우기 시작했다. “직접 의상을 피팅해보면서 조금 더 추레한 것들을 택했”다. 인물의 섬세한 면을 선택하려 보이지 않지만 “손톱의 색깔을 자주 바꾸었”고, 공장신에서는 마음이 허기진 것을 드러내기 위해 더 살을 찌웠다.
“연극이나 뮤지컬 할 때도 소심한 역할은 안 해봤었어요. 에너지틱하고 웃기거나 정신병자, 광대, 좀비 역할을 맡곤 했거든요. 자극적인 역할이요. 물론 연극에서 내성적인 인물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강렬했던 적은 없었어요. 백문백답을 만들면서 느낀 건, 소심해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미나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려고 한다는 점이었어요.”
신소원 감독과 권소현은 미나라는 인물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고, 그를 더욱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 “첫 영화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었다”며 웃던 권소현은 “지나고 보니 더 뚱뚱했으면 인물이 가진 아픔이 조금 더 드러나진 않았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이다 보니까 보면서 어색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아, 이 부분은 어색하네…. 여기는 좀 더 갔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점들이요. 앞으로 이것저것 시도할 기회가 생긴다면 조금 더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회가 생기면요(웃음).”
“미나도 잘 표현해야 하고 배우로서의 중심도 잃으면 안 되니까요.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권소현이라는 개인도 잘살아야 하잖아요(웃음). 중심에서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푹 빠지지 못한 부분도 있었어요. 푹 빠졌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너무도 우울한 역할이라 촬영장에서는 더 밝게 지냈어요. 컷 하면 바로 유행가를 틀고 노래하고 장난도 치고. 촬영이 끝나고 차기작으로 밝은 뮤지컬을 선택했었죠.”
그는 “잘 살기 위해” 캐릭터와 권소현을 분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미나라는 캐릭터가 가진 무게는 상당했고 아픔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사실 뭐가 더 옳은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서 그런 방법을 택했어요. 연극을 하다 보니 그런 분들을 많이 보잖아요. 너무 아픈 역할이기 때문에 제가 몸을 사린 거죠.”
“저 역시 마돈나의 중의적인 표현에 대해 생각하곤 했어요. 그 부분은 해림이나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지켜내는 모습에서 마리아 같은 모습이 있고, 살기 위해 성을 이용하는 부분은 마돈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두 인물 모두에서 생각하기를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칸에서도, 시사회에서도 대답이 모두 바뀌긴 했지만(웃음). 이번엔 사랑으로 결정했어요. 사랑받음으로써 존재를 느끼고 싶어 하는 존재였으니까요.”
권소현의 첫 스크린 데뷔작인 ‘마돈나’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첫 데뷔작에 칸 초청이라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권소현은 배시시 웃었다.
“영화가 처음이고 영화제도 처음인데 심지어 칸이잖아요. 칸에서 처음 영화를 볼 때 너무 정신없이 봤어요. 영화를 찍고 1년 가까이 보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안 보여주시는 거예요. 정말, 정말 궁금해하던 터라 처음엔 그냥 속이 시원한 거예요(웃음). 여러 번 보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들도 있고…. 보면 볼수록 제 연기가 부끄러운 거 있죠. 그래도 시사회 끝나고 좋은 말들 많이 해주셔서 영광이에요. 어디 가서 좋은 작품 했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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