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한일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까. 올해는 지난 1965년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에 서명한지 50년이 되는 해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사실상 단절 상태였던 한일 관계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일 관계의 복원 여부는 향후 한중일 동북아의 외교 지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한중일 협력틀'을 위한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일정상회담이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한일 관계가 각계의 교류를 통해 해빙 무드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리는 수교 50주년 행사에 양국의 특사가 참석해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벳쇼 코로(別所浩郞) 주한일본대사가 아주경제와 단독으로 마주 앉았다. 벳쇼 대사와의 인터뷰는 정치·경제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나줘 두 번에 걸쳐 게재한다.
- 올해 한국과 일본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했다. 한일수교 50년을 맞은 현재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50년 전 한일관계와 비교해 어떤 발전이 있었다고 보나.
▲ 현재 한일관계는 정상회담이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 등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국의 국민감정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지만 50년 전과 현재를 다양한 수치로 비교해 보면 그 발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먼저 무역총액은 1965년 2억2000만 달러에서 2014년 860억 달러로 약 400배 증가했다. 현재 일본과 한국은 상호간에 3위의 무역 상대국이며, 일본은 누적액으로 한국의 1위 투자국이다. 국제경제 면에서도 양국은 G20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의 일원으로 함께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적 교류에 있어서, 1965년 일한간 왕래는 불과 1만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하루에 1만명을 넘을 정도가 됐다. 2012년부터 14년까지 3년 연속 연간 500만명을 넘었다. 이 중 한국 사람들의 일본 방문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고 있다. 자매도시 교류도 1968년 야마구치현 하기시(萩市)와 울산시의 첫 체결 이후 현재는 158건으로 확대됐다. 경제와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정치·안보 면에서도 함께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북한의 핵·미사일개발 문제에 공조 대응하고 있다. 또한 아덴만의 해적 대처 등에도 협력하고 있다.
이렇듯 일한관계는 50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고 광범위해졌으며, 또한 국제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됐다. 올해 일한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일한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나아가 세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일한 양국은 신뢰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한 양국 정부는 50주년을 기념해 일한 공통의 로고마크와 표어에 합의해 공동기념행사 시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로고마크를 배지로 만들었으며, 저도 매일 달고 다닌다. 표어는 ‘함께 열어요 새로운 미래를’이다. 참으로 50주년을 일한 양국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 한일정상회담은 언제쯤 개최할 수 있다고 보는지. 최근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간에 외교·국방회담이 잇따라 열리기도 했다. 한일정상회담을 실현시키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 아베 총리는 양국 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에 바로 대화를 거듭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일한관계 개선을 향한 한 해로 삼고 싶다고 표명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50주년을 일한 양국 국민이 함께 미래로 걸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이러한 양국 정상의 강한 의지 아래, 양국 정부 간에는 다양한 분야와 레벨의 대화 및 교류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외무대신 회담에 이어 재무대신, 무역담당대신, 방위대신, 환경대신 등의 각료 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는 등 고위급 대화와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양국 정상을 포함한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레벨에서 의사소통을 거듭하는 동시에 올해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기회를 살려 한국과 함께 노력해 가고자 한다.
- 한국에서는 아베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도 "무라야마담화와 고노담화 등 역사인식을 명확히 하는 것이 관계 개선을 위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가.
▲ 아베 총리는 늘, 아베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승해갈 것이고, 전후 70년 담화는 이 점을 전제로 작성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는 점에 대한 생각은 역대 총리와 다름이 없으며, 고노 담화에 대해서도 계승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1990년대에 위안부 문제가 밝혀졌을 때,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를 발표하는 동시에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위로금’과 함께 역대 총리의 사죄 편지를 전달했다. 이런 노력에 대한 평가는 일본과 한국이 서로 갈리지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최대한 노력해 당시 한국 정부로부터 일정한 이해와 평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1998년 일본을 국빈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총리와 발표한 ‘일한공동선언’ 에서 일본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미래지향적인 일한관계를 지향한다는 데 합의했다.
현재 일한 국장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대화와 협의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각종 현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러한 협의를 통해 일한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은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은 AIIB에 대한 참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AIIB에 대한 입장은.
▲ 아시아 지역에 높은 인프라 수요가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한 다양한 경제 협력 수단의 효과적인 활용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등 다자 기구와의 제휴로 민간 부문의 자금과 노하우를 동원하고,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하면서 '질 높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수요에 부응하고자 한다.
AIIB와 관련해서는 공정한 거버넌스의 확립, 채무의 지속 가능성 같은 점을 포함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중국 측과도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발효시 참가국은 총 12개국이다. 한국도 TPP참가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이 TPP 참가를 표명했을 경우 일본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또 그렇게 됐을 때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 한국이 TPP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정식 참여 표명을 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 일본이 한국의 참여 표명을 예측해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참여를 바라는 나라가 TPP의 높은 요구 수준을 충족시킬 용의가 있음을 보여준 후 정식 참여 표명을 할 경우에는, 일본을 포함한 TPP협상 참여국이 이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 벳쇼 대사는?
벳쇼 코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는 1953년 코베(神戶) 태생으로 도쿄대학을 졸업후 1975년에 일본 외무성에 입부했다.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 시절에 북일교섭을 담당해 외무성내 한반도통으로 불리고 있으며 고이즈미 정권 시절에는 총리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 주한일본대사로 취임한 뒤 한국을 직접 접하고 이해하기위해 대한민국 지방 구석구석을 다니고 있다. 일본의 전통예능 노(能)를 스스로 연기하고 한글 서예를 공부하고 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야구관람을 좋아한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국 야구장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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