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Grexit)가 현실화하면 ‘유혈이 낭자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일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그 결과로 그렉시트가 나타난다면 이는 지난 2012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했던 간단한 외과 수술과 달리 유혈이 낭자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IMF는 그리스가 유로화 대신 옛 화폐인 드라크마를 재도입하면 드라크마화는 즉각 50% 정도 평가 절하되고 은행 예금은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드라크마화가 폭락하고 수입 물가는 치솟아 물가 상승률이 35%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도 8%가 줄어들 것이라고 IMF는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로 그리스가 얻는 이득도 있다”고 말했다. GDP의 1.8배인 공공부채를 갚지 않아도 되고 통화가치 폭락으로 무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로화가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퇴출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쫓겨난다는 사실을 보여줘 유로존의 재정 건전성과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과시함으로써 유로화는 종전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신인도는 산산조각이 나 그리스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는커녕 그 비슷한 것조차도 얻을 수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드라크마화 평가절하는 수출과 관광수입이 늘어날 수 있어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게 이득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 정부 국채의 수익률이 지난 2월 이후 10%를 넘어버린 현 상황에서 그리스가 갚아야 하는 빚의 금리가 3%이고 일부는 2050년까지 만기가 연장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렉시트 비용은 구제금융 협상 타결 시 얻는 혜택보다 훨씬 더 많이 드는 만큼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은 조금씩 양보해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