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겁지만 가볍게 만든…중력의 법칙 무시한 ‘나의 절친 악당들’ 임상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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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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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주제는 무겁지만 보여지는 것은 가볍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듯한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감독 임상수·제작 휠므빠말·폭스인터내셔널프러덕션 코리아)은 임상수 감독의 비슷하지만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의 절친 악당들’은 공무원 인턴인 지누(류승범)가, 상관 인수(김응수)의 명령으로 재계의 거물급 회장(김주혁) 수하(임상수)의 차량을 감시하던 중 대형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후 달려온 렉카차 운전수 나미(고준희)와 함께 돈가방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폐차장에서 먹고 사는 야쿠부(샘 오취리)와 그의 아내 정숙(류현경) 역시 70억원에 가까운 돈을 보고 넷이 나누길 원한다.

‘돈’으로 엮인 네 사람은 이내 끈끈해진다. 고향 가나로 떠나고 싶었던 야쿠부를 위해 나미와 지누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로 한다. 야쿠부와 정숙이 떠난다면 돈을 쫓는 무리들의 목적지는 가나가 될 테니까.

정숙은 딸을 데리고 먼저 가나로 떠나고, 불법 체류 중이었던 야쿠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루는 조직의 보스 음부키(양익준)로부터 깨끗한 여권을 받아 뒤따르기로 한다. 하지만 겉모습부터 악랄한 음부키는 더욱 많은 ‘머니’를 요구하고, 결국 일은 틀어져버린다.

그러던 사이 회장의 비서실장(정원중)은 자신들의 뒷조사를 한 인수와 지누, 창준(김형규)을 닦달해 돈을 되찾게 하는 한편, 회장의 신변과 관련해 얻은 정보들을 모조리 가져오라고 한다. 결국 인수의 뒤에 있던 BH의 실세격인 비서(윤여정)가 직접 사과에 나선다.

비서실장은 인수에게 거액을 주고 영입 아닌 영입을 하고, 수족으로 부린다. 그러다 붙잡힌 야쿠부는 포크레인에 부딪히는 등 엉망이 되고, 나미와 지누의 숨통을 조여간다.
 

[사진=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스틸컷]

임상수 감독은 ‘하녀’와 ‘돈의 맛’에서 보여준 바 있는 ‘돈’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택했다. 전작에서 조금 무거운 방식으로 풀었다면 ‘나의 절친 악당들’은 아주 가볍고 경쾌하다.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여기에 통쾌함도 더했다. ‘하녀’가 말 그대로 하녀(전도연, 윤여정)와 재벌가(이정재, 서우) 사이에서의 ‘돈’을 중심으로 한 관계들이었고, 돈에 중독된 삶을 살아온 백회장(백윤식)과 탐욕스러운 안주인 금옥(윤여정), 그들 사이에서 돈 맛을 알아가는 비서 영작(김강우)와 재벌집 장녀 나미(김효진)의 관계가 중심인 ‘돈의 맛’과 비교한다면 ‘나의 절친 악당들’은 ‘젊음’과 ‘늙음’이 대비를 이룬다.

젊음을 대변하는 ‘나미, 지누, 야쿠부, 정숙’ vs 방귀 꽤나 뀌는 ‘회장, 비서실장, 인수’가 서로 대립한다. 나미와 지누, 야쿠부, 정숙은 돈을 훔친 범죄자이지만 자신들을 막대하는 회장파를 골탕 먹이고 가운데 손가락을 연신 치켜 올린다.

회장 역의 김주혁이 몇 살로 설정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김응수를 상대로 속시원한 욕을 해대고, 정원중에게는 “비서실장님이 1년동안 ‘쳐’ 가져가시는 돈이 200억원이에요. 그럼 똑바로 하셔야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핀잔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젊음이 늙음에 대항하는 구도다.

소재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겁다. 임상수 감독은 그동안 비슷한 주제를 21년산 위스키처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청량감이 넘치는 탄산음료로 만들어 관객에게 권했다.

BGM 역시 밝고 경쾌하다. 마지막 엔딩에서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뭘 그렇게 놀래’는 영화의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진다. 기득권층에게 “우리도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야”라고 외치는 나미와 지누, 야쿠부, 정숙.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오는 25일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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