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조선업계 올드맨인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올 여름 큰 고비를 맞게 됐다. 한층 뜨거워질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과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계열사 인수가 노사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한데 이어 1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노동쟁의 조정신청이란 파업의 전 단계로 통상 임단협 과정에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조정신청은 임단협 과정에서 일상적인 만큼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다를 것이라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의 경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노조가 한 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올해는 소폭의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가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고, 지난해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더해질 경우 갈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노사 간 대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14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10여회 이상 협상을 진행했으나 회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 중단 및 성과급 지급에서 알 수 있듯 회사측이 그간 보여왔던 강경한 태도에서 벗어나 다소 유연한 자세로 돌아선 만큼 노사간 대화에 있어 긍정적인 기류가 흐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도 STX프랑스 인수라는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크루즈선을 주력으로 하는 STX프랑스 인수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노조측은 부실회사 인수로 회사가 곤경에 빠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한 상태다.
김일영 대우조선해양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달 15일 성동조선해양 노조 상경투쟁 당시 연대사에서 “STX프랑스가 잘나가는 회사라면 왜 남에게 팔겠느냐”며 “루마니아 조선소에서도 알 수 있듯 유럽인들은 자존심이 강해 인력 관리가 안된다. 그런 나라의 조선소를 우리나라가 산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인수를 강행한다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조선업황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들 두 회사의 대형 이슈가 갈등으로 변질, 확산 될 경우 국내 조선업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섞인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조선업은 생사의 기로에 선 중대한 시기다. 반면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있고, 조선노조연대 출범 등으로 노사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이번에 돌아온 조선업계 올드보이들이 과연 어떤 경영의 묘수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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