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수의견’, 절대 ‘소수’만 봐서는 안 될 영화

[사진=영화 '소수의견'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를 보는 순간 실화라고 느꼈다. 김성제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이며 용산참사뿐만 아니라 21세기 한국 사회의 풍경이라고 말했다. 영화 ‘소수의견’(제작 하리마오픽쳐스)에 대한 얘기다.

생각해보면 ‘소수의견’은 실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방대 출신으로 국선으로 임용돼 2년차 변호사인 윤진원(윤계상)은 어느 날 사건 하나를 배당받는다.

강제철거가 한창인, 그리 부유하지 못한 동네에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열여섯 살 아들 박신우(최수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박재호는 아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스무 살 전투경찰 희택(노영학)을 덮치고 만다. 경찰은 용역 김수만(김형종)이 희택을 죽였다고 결론 내린다.

박재호는 “내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고, 난 아들을 구하려고 한 죄밖에 없소”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국선변호사인 윤진원은 박재호가 경찰을 죽였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변론을 맡기를 원하느냐”라는 첫 질문을 하는 윤진원에 박재호는 “해줄 말이 그것밖에 없습니까?”라고 묻는다.

이후 윤진원은 경찰의 사건 기록 열람을 요청하지만 담당 부장 검사인 홍재덕(김의성)에 의해 열람금지가 된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신문기자 공수경(김옥빈)은 윤진원에게 접근해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철거용역들이 입는 옷이 경찰들의 옷과 비슷해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며 사건의 진실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이상하리만치 숨기려는 게 많은 검사와, 공수경의 설명에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고 직감한 윤진원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이혼전문 변호사 장대석(유해진)과 머리를 맞댄다. 돈이 되지 않는 변호는 맡지 않았던 장대석은 윤진원의 끈질긴 설득 끝에 함께 변호를 맡기로 한다. 탁주 한잔에 그만 박재호의 변호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대신 내준다.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었던 윤진원은 국선변호사를 그만두고 장대석 밑으로 들어간다.
 

[사진=영화 '소수의견' 스틸컷]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상한 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현장은 곧바로 깨끗이 청소가 돼 있었다. 홍재덕 검사에게 사건일지 열람을 요청하자 “싫다”는 답변만 듣는 상황.

그리고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어색한, 사건을 맡은 판사(박철민)와 홍재덕 검사가 대학 동기이자 서로 친한 친구라는 점. 이에 국민참여재판으로 변경을 요청해 최종적으로 재판장(권해효)이 바뀌게 된다.

재판은 시작되고 홍재덕과 국민참여재판 전문 여검사(오연아)의 공격과 윤진원, 장대석의 방어가 오고가고, 영화는 한층 무르익어간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매우 잘 묘사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지방대 출신에게 “어디 족보도 없는 새파란 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검사들이나, 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법무법인 광평에서 국선변호사로 바뀌었다고 하자 “잘 됐군. 선배시라 껄끄러웠는데”라고 말하는 학벌로 묶여진 권력자들. 상황에 꼭 맞는 대사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재판장의 권한으로 변호사가 제출한 증거를 채택하고 하지 않고를 결정하는 현실도.

윤진원과 장대석 또한 정의에 불타 박재호 사건을 맡은 것은 아니다. 단박에 ‘스타 변호사’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이유도 어느 정도 있다. 실제로 윤진원은 찝찝하지만 살인을 교사한 경비업체 회장(김종수)을 변호해 풀려나게 한다. 살인교사죄를 인정하지만 공소시효를 문제 삼았고, 이로 많은 수임료를 챙겼다.

두 사람은 그저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했을 뿐이다. 정의에 불타, 소시민을 지키자는 사명감으로 변호한 것이 아니다. 이 또한 현실적이다.

김성제 감독은 이번이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끄러운 연출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매우 잘 표현했다.

배우들의 호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윤계상에게 ‘소수의견’은 대표작이 될 전망이며, 유해진은 말이 필요 없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유해진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김옥빈은 기자가 더 어울렸을 것만 같다.

이경영, 김의성, 권해효, 장광, 김형종, 노영학, 오연아, 곽인준(박경철 의원 역), 엄태구(이승준 의경 역), 조복래(검사 역) 등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연기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다수가 봐야할 영화 ‘소수의견’은 오는 24일 개봉된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