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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하녀’와 ‘돈의 맛’은 임상수 감독의 소위 ‘돈 시리즈’라고 불리며 칸영화제에 출품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나의 절친 악당들’(제작 휠므빠말)은 ‘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은 공무원 인턴인 지누(류승범)가, 상관 인수(김응수)의 명령으로 재계의 거물급 회장(김주혁) 수하(임상수)의 차량을 감시하던 중 대형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후 달려온 렉카차 운전수 나미(고준희)와 함께 돈가방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폐차장에서 먹고 사는 야쿠부(샘 오취리)와 그의 아내 정숙(류현경) 역시 70억원에 가까운 돈을 보고 넷이 나누길 원한다.
지난 19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임상수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먼저 처음으로 만난 류승범과 고준희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류승범은 아주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기존 연기와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류승범이 눈물을 흘리고, 영상편지로 사랑을 고백하는, 필사적으로 기어가는 장면은 류승범의 연기에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 전체적인 면에서는 고준희가 주도를 하고 류승범이 따라가면서 뒤처리를 해주는, 기존에 마초적인 남자가 아닌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남자잖아요. 여자에게 배신을 당해도 ‘멋진 여자’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었죠.”
“고준희는 주인공 나미와 딱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잘난척하는 게 아니라 전사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고독한 모습을 고준희가 연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류승범과 만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고준희가 ‘류승범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고 존경스럽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준희 역시 점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점잖은 모습이 있어 좋았죠.”
임상수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로 관객들이 애인을 고를 때 도움이 되길 바랐다. 마음이 넒고 너그러우며 여자에게 도움이 되는 남자. 기댈 수 있는 남자를 고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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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젊은 악당들 4인방’ 중 샘 오취리는 캐스팅에 공을 들인 케이스다. 원래 외국에서 활동하는 흑인 배우를 데려와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어를 잘하는 흑인 배우가 필요했고, 그렇게 샘 오취리에게 시나리오가 가게 됐다. 캐스팅 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면서 샘 오취리의 몸값은 높아졌다. 임상수 감독은 “출연료를 더 줄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고 했지만 샘 오취리는 “저도 여기 유학생으로 왔지만 노동자로 온 친구들도 있다.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에 대한 것들을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배역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야쿠부는 그런 오취리의 마음과 통한 인물이었다. 아프리카 흑인의 ‘필(feel)’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앞서 ‘하녀’와 ‘돈의 맛’에서 감각적인 베드신을 선보인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조금 자제하는 연출을 했다. 귀엽고 코믹한 ‘돈’ 얘기를 위해서 상반신 노출도 없앴다. 어디까지나 관객의 시선을 주제에 집중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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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다 제가 써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죠. 내레이션이라든가 고속촬영, 등 모두요. 이번에는 제가 상각한 장르의 법칙을 따라가려고 노력했어요. ‘나의 절친 악당들’은 장르영화니까요. 좀 더 스타일리시하게, 몰입도를 높여야겠다는 게 제1목표였죠. 제가 할 수 있는 잔재주를 최대한 써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OST도 만족스럽습니다.”
임상수 감독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작품마다 평균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3년 정도가 소요됐다. 이후 작품도 날 것의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은 배제할 생각을 갖고 있다. 준비된 시나리오도 많다. 결정된 것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카드를 꺼낼 예정이다.
앞으로도 ‘못된 중년’들은 계속 나올 전망이다. 그 중 김응수는 ‘하녀’ 빼고 임상수 감독 작품의 단골 배우다. 윤여정도 “임상수 감독 신작인데 지나가는 역이라도 하나 줘라”라고 말해 급조한 캐릭터였다. 정원중은 “내가 임상수가 한국 영화 판에서 돈 버는 꼴을 꼭 보고 말 것”이라며 스탠바이 중이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마지막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나미와 정숙이 임신을 한 것.
“젊은 커플들이 임신을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삼포세대’라고 해서 요즘 임신을 안 해 사회적으로 문제라는데 돈만 있으면 무조건 임신하지 않을까요? 돈 때문에 임신을 피하고 고독한 생활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가족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했으면 하는 마음에 마지막 장면을 넣었죠. ‘돈 쓰러 가자’라고 말하는 부분이요. 감독으로서 젊은 악당들에게 돈을 주고 싶었어요. 돈이 생기면 어떻게 쓸지도 고민해봐야죠.”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여러 모로 살기 팍팍한 한국사회에서 ‘나의 절친 악당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25일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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