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 정부가 앞으로 인질의 가족들이 테러단체에 몸값을 지불해도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리사 모나코 백악관 국가안보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행정명령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 정부가 테러리스트에게 붙잡힌 미국인 인질 구출 활동을 돕는 이른바 ‘인질 특사’를 신설하고 관련 대책을 조율할 범정부대책기구를 발족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는 정부 차원의 몸값 지불은 계속 금지하면서도 인질 구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는 당초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심지어 인질의 가족들 조차 테러리스트에게 몸값을 주면 기소할 수 있다는 방침이었다.
범정부기구는 국무부와 재무부, 국방부, 법무부 등 부처의 요원들로 구성되며 미 연방수사국(FBI) 아래 설치된다. 모나코 백악관 보좌관은 "이 기구와 인질 특사의 주된 역할은 테러리스트와 직·간접으로 협상하는 인질의 가족들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인질들의 안전한 구출을 위한 가능성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속거나 추가 희생되는 것을 막아 그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대책의 초점이 맞춰질 계획”이라며 “정부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인질 가족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임스 폴리, 스티브 소톨로프 등 자국 인질 2명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된 이후 인질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당시 유가족들은 "미 당국으로부터 몸값 지불시 기소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 정부의 인질 정책에 대한 변화가 미국인들을 납치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BBC 뉴스는 전했다.
모나코 보좌관은 이날 현재까지 해외에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인은 30명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인의 해외 인질은 총 8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처럼 구체적 숫자를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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