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을 강화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국회법 개정안)이 중대 기로에 섰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폐기냐, 재의결이냐’의 갈림길에 봉착한 것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을 강화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국회법 개정안)이 중대 기로에 섰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폐기냐, 재의결이냐’의 갈림길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등 파국 정국에서 ‘설득 리더십’을 보여준 정의화 국회의장의 선택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정심’(鄭心·정의화 국회의장 의중)이 국회법 개정안 향배의 중대 변수라는 얘기다.
◆鄭 “與野 합의할 것”…이르면 내달 1일 결정
애초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에 따른 재의 무산 △표 대결을 통한 재의결 및 부결 결정 △정의화 국회의장의 재상정 포기 △야권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등 4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않기로 당론을 결정함에 따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 경우 그간 ‘여야 합의’를 고리로 집권여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한 정 의장이 거부권 정국의 키를 쥐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화 국회의장. 현재까지는 국회법 개정안의 ‘자동 폐기’ 또는 ‘부결’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강도 높은 톤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비판한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표결 불참’ 혹은 ‘반대표’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그간 ‘여야 합의’를 고리로 집권여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한 정 의장이 ‘거부권 정국’의 키를 쥐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도 “헌법 제53조에 정해진 재의에 부치는 것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는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할 것”이라며 “여당이 과반이 넘는데 여당이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면 투표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할 경우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겠지만, 새누리당이 개정안 재의를 거부하면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재의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시점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내달 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6일이 거부권 정국의 백미인 셈이다.
◆靑 눈치 보는 與 vs 뚜렷한 대안 없는 野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집권여당이 불참을 결정한다면, 본회의 개의 자체가 무산된다. 새정치연합(130석)·정의당(5석)·무소속(3석)만으로는 국회 본회의 개의 요건인 과반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회법 개정안은 장기간 표류하다가 19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개정안이 7월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새누리당의 ‘플랜 A’는 표결 불참이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본회의 참석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당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재의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누리당이 포기한 표 대결도 마찬가지 결과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로 그 법이 돌아오면 원칙대로 절차에 따라서 본회의에 회부돼 표결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친박계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두 가지다. 정 의장이 여야 미합의를 이유로 재상정을 포기하는 방법과 야권이 재의 요구를 하지 않은 채 장기간 투쟁모드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모두 자동 폐기된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 의장이 상당히 합리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만큼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떤 형태가 되든지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형식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승리하겠지만, 내용적으로는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양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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