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신입 PD에게 던진 충고. 담담하고 무드 없을지언정 그 안에는 후배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그득했다. 그런 면에서 배유람은 그가 열연한 ‘1박2일’ 류일룡과 묘하게 닿아있다. 툭 내뱉은 말의 행간에는 연기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단단했기 때문에.
아주경제는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 ‘1박2일’의 조연출 류일룡 역을 열연한 배우 배유람을 만났다.
“솔직히, 악플보다는 무플이 무서워요(웃음). 처음부터 저희에 대한 기사나 기대, 피드백이 있던 건 아니었고 중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런 즉각적인 반응이 없다는 게 더 무섭더고요. 그런데 나중에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하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많이 알아봐 주시고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시고요.”
“대본 리딩에도 참석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작가님이 ‘일룡이랑 이야기 좀 많이 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며 아쉬워하시더라고요. 다른 배우보다 늦게 합류하기도 했고, 드라마 현장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시청률 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1박 2일’의 조연출. 토끼 같은 자식 두 명과 셋째 아이를 밴 아내를 위해 견디고, 버티는 남자. 배유람은 류일룡에 대해 “과도한 업무로 항상 찌들어 있는 첫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처음 대본에서 느꼈던 이미지는 그거였어요. 준모(차태현) 형이 일을 시키면 누구에게 줘야 할지 고민하고, 제시하는 아이디어도 신통치 않은…. 눈치는 빠르나 머리는 좋아 보이지 않았죠. 나중에 촬영에 들어가게 되면서 류일룡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어요. 감독님이나 작가님은 ‘1박2일’ 팀에서 그래도 조금은 승찬(김수현)이 편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그려졌으면 하셨죠. 그나마 작가들과 PD들 사이에서 막내 승찬이를 챙겨주는 조연출이요.”
배유람은 류일룡에 대해 “입사 5년 차 노력파 PD”라고 설명했다. 그가 백승찬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가졌던 것은 “입사 초기 반짝반짝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실 4~5회 차까지는 힘들었어요. 영화랑은 다른 분위기라고 할까요.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헤매기도 많이 헤맸고요. 배우들과 친해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제 연기적으로도, 적응을 잘 못 했던 것도 아쉽죠.”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확실히 정확히 보여줘야 하는 브라운관” 연기가 조금은 낯설었다. ‘1박2일’ 팀의 조연출(신주환), 서브작가(이채은), 노수산나(섭외작가), 고보결(막내작가) 역시 드라마 보다는 독립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모두 다함께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차태현 형과 김수현 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경험치를 두고 보면 김수현 씨나 차태현 형이 저보다 한참 선배시니까요. 우리가 딱 막내 같은 위치여서(웃음). 만약 두 분이 까칠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촬영에서도 헤매는데 배우들끼리도 사이가 나빴다면 더 그랬겠죠. 그런데 다들 잘 챙겨주시고 현장 분위기도 좋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쾌활한 성격으로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김수현과 항상 웃으며 후배들을 챙기는 차태현, 건국대학교 영화과 동기인 신주환, 독립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이채은, 노수산나, 고보결 등으로 똘똘 뭉친 ‘1박2일’ 팀은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같은 호흡과 “트레블을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 같은 훈훈한 분위기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제가 또 언제 김수현, 아이유, 산다라박 같은 분들과 경북 고령에서 합숙을 할 수 있겠어요(웃음). 다들 MT라도 간 것처럼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나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던 배유람에게 2015년은 조금 특별한 해다. ‘프로듀사’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을 비롯해 제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는 그가 출연한 ‘그리고 가을이 왔다’(감독 최정호), ‘정글’(감독 박병훈), ‘굿나잇 미스터 리’(감독 노혜연 홍승찬)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이다.
“신기하게 시나리오를 보고 느낌이 좋았던 세 작품이 경쟁부문에 진출작으로 올랐어요. 이야기가 좋고, 캐릭터가 좋았던 작품들이라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요. 특히 ‘그리고 가을이 왔다’ 같은 경우는 같은 학교 친구들이 함께 한 거예요. 지금 건국대학교 영화과가 힘든 일을 겪고 있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서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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