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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메르스를 막아라!](上) 6년마다 찾아오는 감염병…정부 대응이 성패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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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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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2003년 사스, 국내전파 없이 사망자 ‘0’
정부 선제적 대응…민·관 협조 ‘3박자’

2009년 신종플루, 강도 높은 격리 조치
환자발생병원 공개…피해 최소화 만전

2005년 메르스, 리더십 부재가 화 키워
컨트롤타워 ‘우왕좌왕’골든타임 놓쳐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이정주 기자 =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6년마다 찾아온 신종 감염병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모두 전국으로 퍼져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국민들의 비난은 높지 않았다.

사스 때의 정부 대응은 더욱 돋보였다. 국내 상륙 후 3개월 만에 사태가 종식됐다. 환자는 손으로 꼽혔고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사스, 선제적 대응에 환자 3명뿐…‘사스 예방 모범국’ 평가

신종 감염병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세계는 다양한 신종 감염병과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2003년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감염병은 사스였다. 중국에서 시작해 홍콩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진 사스로 8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감염자만 84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단 3명의 환자만 발생했다.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국내 전파는 없었다. 사망자는 ‘0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모두 한 달도 안 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적극적인 민관 협조 덕분이다.

참여정부는 중국 등 인근 국가에서 사스가 유행하자 2월 12일 전국 시·도와 국립검역소에 사스 방역 강화 지침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스 경계령을 발표한 3월 16일에는 국내에 사스 경보를 발령하고 보건소 등에 비상근무를 지시했다.

사스 사망자가 잇따르자 4월 23일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국내에 의심 환자가 나온 같은 달 28일에는 관계부처 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책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냈다.

국무조정실 산하에는 범정부 차원의 ‘사스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 군의료진 7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민간 의료단체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비상근무 동안 사스 감염 위험 지역에서 입국한 23만명에 대한 전화 추적 조사와 항공기·선박 탑승객 등 90만명에 대한 검역이 이뤄졌다. 환자와 접촉한 2200여명을 자택 격리했다.

같은 해 7월 7일 WHO가 ‘사스 유행 종식’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의 114일간 사투도 마무리됐다. 완벽에 가까운 방역을 보여준 우리나라는 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다.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은 전담 기관 설치로 이어졌다. 7월 31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국립보건원에서 사스 방역평가 보고를 받은 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같은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듬해 1월 19일 질병관리본부가 정식 출범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신종플루, 빠른 병원명 공개·부처간 협조로 피해 최소화

신종플루는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2009년 4월경 캘리포니아에서 2명의 돼지인플루엔자 환자 사례를 보고하면서 국제 사회에 알려졌다.

이후 WHO가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하고 지역사회에 전파될 수 있는 수준인 ‘인플루엔자 대유행 4단계’를 선언하면서 우리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는 2009년 5월 2일 국내 첫 2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이듬해 3월경 14만3058명의 환자가 발생한 뒤 증가세가 꺾였다.

2010년까지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는 75만9685명에 달했다. 사망자도 270명이나 발생했다. 2010년 8월 10일 WHO가 신종플루 대유행 종료를 선언한 시기에 국내 사태도 일단락됐다.

신종플루로 적지 않은 사망자가 나왔지만 국민적 비난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방역 초동 대처가 비교적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 최초의 신종플루 추정 환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2009년 4월 29일에 곧바로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를 꾸렸다. 

대책본부는 확진자에 대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 정도의 강도 높은 격리 조처를 취했다. 환자가 발생한 병원 이름은 즉시 공개하고, 감염 확진 권한을 질병관리본부에 일임해 실무자들의 혼선을 막았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매일 달라지는 환자 발생 정보를 공유해 각 부처간의 불협화음도 없었다.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국가 재난단계도 신속하게 상향 조정했다. 신종플루 첫 환자 발생일인 4월 28일 ‘주의’ 단계에서 7월 21일에는 ‘경계’ 단계로 올렸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시점이다. 정부 대응 목표도 전파 차단에서 ‘피해 최소화’로 수정했다.

8월 15일 첫 신종플루 사망자가 나오고 감염이 확산되자 11월 3일 재난단계를 ‘심각’으로 조정했다. 심각 단계는 국가 감염병 재난단계 중 가장 최상이다.

이 밖에도 검역 강화, 집단생활시설 집중 관리, 방역 관련 교육·홍보 등을 시행했다.

이러한 강력 대응으로 첫 환자 발생 이후 한 달째인 2009년 5월 31일 기준 신종플루 감염자는 39명에 그쳤다. 첫 사망자도 3개월 뒤에야 나왔다. 국내 치사율은 0.036%로 세계 평균(0.07%)을 크게 밑돌았다.

◆메르스, 정부 불통으로 세계 2위 발병국 ‘불명예’

메르스는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이달 28일까지 총 18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최초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메르스 발생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초기 대응 미숙과 리더십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

메르스 1번 확진자는 바레인에서 출발해 지난달 4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귀국 후 일주일 만에 몸에 이상을 느껴 충남 아산서울병원, 경기 평택성모병원, 서울 365서울열린의원을 거쳐 18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삼성서울병원 담당의사는 1번 환자가 중동에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뒤늦게 메르스 검사가 이뤄지고 20일 양성 판정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 양측은 초기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담당 의료진과 접촉자를 격리하는 수준에서 상황을 매듭지었다.

병원 비공개는 메르스 확산을 부추겼다. 8일 후 14번째 확진자가 삼성서울병원을 찾았을 때 그 누구도 메르스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 환자는 이달 27일까지 총 85명에게 메르스를 옮겼다.

정부의 사태 판단은 안일했고 대응은 무능했다. 메르스 첫 발생일인 5월 20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출범했지만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책임을 맡겼다.

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것은 이달 2일부터다. 환자가 25명으로 늘어난 시점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후속조치로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산에 대해 언급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지 12일 만이다.

이달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 긴급기자회견 이후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5일 박 대통령이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점검한 이후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나섰다.

이전까지 국가 재난 리더십은 공백 상태였다. 그 사이 국민 공포는 커지고, 내수는 주저앉았다. 정부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국내 메르스 환자 182명 중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격리 경험자는 총 1만5000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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