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당국이 반(反)부패 및 기율위반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주요 국유기업에 여전히 부정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유은행의 부적격자 대상 대출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 국무원 산하 회계감사기구인 심계서(감사원 격)가 28일 '2014 중앙예산집행 및 기타 재정수지 감사보고서'를 통해 중국핵공업집단공사(中國核工業集團公司·CNNC) 등 14개 국유기업의 회계조작 및 예산낭비 실태를 공개했다고 북경신보(北京晨報)가 29일 전했다.
심계서는 지난 2013년 14곳 국유기업의 매출, 이윤 및 자산상의 회계조작 규모가 각각 297억6500만 위안(약 5조4000억원), 193억5700만 위안, 42억9100만 위안에 달한다는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자재구매 및 건설공정 등에서 입찰기준을 어긴 기업도 14곳 중 13곳으로 관련 자금규모만 1598억 위안(약 28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심계서는 "회계조작 등 기율 위반 사실 적발 후 관련 기업에 40억 위안 추가세금을 부과하고 관련 인사 250명에 징계를 내렸다"면서 "심각한 기율 위반에 해당하는 56건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에 통보한 상태"라고 이미 대응에 나섰음도 밝혔다.
규정과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관련 산업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경영으로 낭비된 자원은 16억4200만 위안(약 3000억원), 이에 따른 자산 손실 및 유휴비용도 354억45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심계서의 감사를 받은 국유기업은 중국핵공업집단공사, 중국병기(兵器)공업집단공사, 국가전력망공사, 중국남방전력망유한책임공사, 중국화전(華電)집단공사, 중국국전(國電)집단공사,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 중국장강삼협(長江三峽)집단공사, 신화(神華)그룹유한책임공사, 중국제이중형(第二重型)기계그룹공사, 중국원양운수(집단)총공사, 중국항공집단공사, 중량(中糧)집단유한공사, 중국저비량(儲備糧)관리총공사 등 총 14곳이다.
특히 중국 전력투자집단 산하 기업이 무려 1753만 위안(약 31억원)을 들여 고급술 대량 구매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누구를 위한 술'인지 밝히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국유은행의 부적절한 대출 관행도 폭로됐다. 심계서는 28일 공고를 통해 중국 교통은행과 국가개발은행,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의 2013년 자산상황을 감사한 결과 관련 규정을 위반한 대출 규모가 168억 위안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지도부는 국유자산 유실 방지를 위해 국유기업을 향한 관리감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상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5일 열린 '중앙전면 심화개혁 영도소조 회의'에서 △국유기업 내부관리 감독 강화 △출자자 감독 및 회계 감사 강화 △사정당국 기율검사위원회 순시 강화 △사회적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지문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국 3대 석유업체 대표, 자동차기업인 일기(一汽·이치)집단과 동풍(東風·둥펑)자동차 등 7개 국유기업 수장이 물갈이됐다. 최근 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효율 증진을 위한 '거물급' 국유기업간 통합도 줄을 잇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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