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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현금인출기만 남은 그리스의 주말…“비관도 희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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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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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프라스 총리 국민투표 ‘깜짝’ 발표에 현금인출기에 현금 동나

그리스 아테네의 한 현금자동인출기(ATM)기 앞에 줄서 있는 사람들. [사진= 로이터통신 영상 화면 캡처]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어머니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익숙하지 않아 최근 몇주 동안 매주 어머니의 연금을 인출하러 이곳에 와요. 이젠 비관하기도 희망을 갖기도 너무 지쳤어요.”

28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그리스 국립 중앙은행 앞 ATM기 앞에 줄 서있던 중년의 한 남성이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 곳에는 25명 가량의 사람들이 ATM기에 현금이 바닥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ATM기에 현금이 떨어져도 더이상 은행이 채워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상황은 나은편이었다. 아테네 최대 번화가 에르무가(街)의 ATM 앞에는 줄 선 사람들조차 없었다. 그곳에 있던 유로화는 전날 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협상안 국민투표 실시’ 발표 직후 새벽 1시부터 현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찌감치 동났다.

이후 아테네 시내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ATM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에르무가와 건너편 신타그마 지하철역 구내 피레우스은행 ATM 정도만 정상 작동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곳에도 이미 10여명의 시민이 줄을 서고 있었다.

기업에 다닌다고만 밝힌 한 남성은 정부의 국민투표 실시 결정에 대해 “완전히 반대한다”며 “그들은 정부가 필수적으로 내려야하는 결정을 국민들에게 미루고있다.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테네 공항에서 만난 니코스씨는 “채권단의 협상안이 수십장일텐데 국민이 그걸 다 읽어보고 찬반을 결정하라는 정부는 무책임하다”며 “1주 만에 투표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우려는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저녁 TV 생중계를 통해 은행 잠정영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또 다시 그리스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기한도 없이 은행 영업 중단이 발표 된 이후 도심의 분위기는 한층 더 가라앉았다. 광장 한 켠에선 시민들이 둘러 앉아 밤 늦게까지 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며, 외국 방송사 기자들은 국회의사당이 잡히는 자리에 카메라를 놓고 속보를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체권단이 낸 최종 협상안의 수용 여부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47.2%로 반대 의견(33.0%)를 다소 앞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실시된 카파 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응답이 67.8%데 달한 반면 그렉시트를 지지하는 응답은 25.2%로 나타났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7월5일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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