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아의 Artistic Developer 트렌드뷰] 호텔,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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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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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디렉터의 감각으로 느끼는 부동산 전망

  • 디벨로퍼의 눈으로 깨우치는 부동산 동향

장은아 원더피엠 대표(한국외대 겸임교수)


작년 이맘때 쯤, 영화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의 색채와 구도에 사로잡혀 이런 호텔을 한번쯤 만들어 봤으면 하며, 영화를 몇 번씩 감상한 적이 있다. 실제가 아닌 세트모형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 호텔은 유럽의 산 중턱 어디선가 있을 법한 정말 그랜드(GRAND)한 호텔의 모습이었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 공간 역시 소품, 의상, 배우의 분장이 하나의 완성된 그림처럼 완벽한 회화미가 돋보였다. 좀처럼 보기 드문 핑크빛 색상의 건축물 때문인지 동화적 느낌마저 드는 이 호텔은 외형적 요소만으로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호텔임은 분명했다.

호텔은 과연 언제부터 등장 한 걸까? 호텔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는 불과 2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호텔이란 사람의 이동에 따른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거나 특정인들을 위한 사교모임 장소 제공에서 출발했다. 이것은 교통수단의 발달을 통해 발전을 가져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여행객 수요에 따라 숙박시설과 호텔서비스가 점차 개발됐다고 한다.

영화 그랜드 부다패스트의 호텔의 소유주가 유럽의 대부호 마담D의 호텔이었던 것처럼, 유럽 호텔은 귀족이나 부호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 벨보이가 호텔의 소유주가 된 것처럼, '스타틀러'라는 이름의 벨보이가 그랜드 호텔시대의 호텔업을 대중적 호텔로 전환시키는 창시자가 되었다.

스타틀러는 1908년에 버펄로 스타틀러호텔 (Buffalo Statler Hotel)을 오픈하고, 욕실 딸린 방을 1달러의 반으로(A Room and A Bath For A Dollar and A Half) 라는 광고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300개의 객실을 판매함에 따라 대중적인 호텔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1954년 힐튼에게 호텔이 인도됨으로써 스타틀러 호텔은 막을 내리고 힐튼호텔 시대가 열리게 됐고, 이로써 현대 호텔의 시초인 브랜드 호텔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해 체인호텔을 확대시켜 나갔다.

그리고 다양한 범주의 브랜드 호텔이 등장하며 최고급 럭셔리호텔에서 중급호텔, 중저가호텔 그리고 저가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등장하고, 글로벌화 된 호텔 체인망을 통해 공동 마케팅을 함으로써 호텔의 경쟁력을 올리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더욱 다가서고 있다.

영화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의 호텔 외관모습 [사진=장은아 원더피엠 대표]


그럼 우리나라 호텔업은 어떠한가? 1960년대 '관광사업진흥법'이 제정되고, 외국인 외화벌이를 위해 만들어 지다보니 호텔에 카지노, 면세점, 오락시설, 나이트클럽의 업종 진출해 왔고, 2000년대 후반 들어 관광객수요가 급증하면서 호텔공급이 부족하자 호텔을 분양해 운영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 호텔의 역사는 그리 짧지 않지만 어떠한 업종보다도 변화와 혁신이 없는 정체된 산업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호텔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호텔 전문기업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관광객 수에 비해 숙박업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와 다르게 우리나라 상업지역을 다녀보면 모텔과 러브텔은 곳곳에 넘쳐 난다. 전국 숙밥업 중 관광호텔과 일반호텔의 비중은 1.3%인 반면, 여관과 모텔의 비중은 63.5%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관광호텔은 특급호텔이 대다수 이다보니, 특급호텔과 모텔로 양분화 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비즈니스 호텔로 분양하고 수익성호텔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는 있으나, 호별 분양으로 이뤄진 호텔을 통합적인 관리 운영을 한다는 것이 과연 호텔의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무리한 개발보다는 기존 호텔 특화방안을 찾고, 넘쳐나는 중소형 모텔을 양성화시키고, 중저가호텔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 까 싶다.

사실상 서울이 아닌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이용객은 국내 관광객이며 대부분이 팬션, 민박, 콘도, 모텔을 이용하며 호텔 이용률은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가족여행을 위한 객실과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용률 저조현상에 한 몫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며 확대될 수 있는 차별화된 호텔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며, 단지 수익성을 위한 호텔개발이 아닌,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호텔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객은 더 이상 잠을 자기위한 숙박업소를 선택하지 않는다. 잠을 자기 위한 장소에서 벗어나 체험과 감성, 커뮤니티 공간, 라이프스타일 추구의 공간으로서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지난번 연재한 공유경제의 대표사례인 에어비앤비(AirBnB)의 등장처럼 고객의 니즈는 다양하며 가격, 분위기, 신뢰, 디자인, 주변환경, 체험에 이르는 각종 요소를 스스로가 선택하기를 원한다.

유럽대부호가 소유하던 그랜드호텔도 힐튼호텔의 체인망을 갖춘 객실수와 네임밸류도 벨보이의 서비스가 더 이상 호텔을 선택하는 이유로 손꼽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 아직까지 중저가의 차별화된 토종 호텔 브랜드가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의 입맛에 맞는, 소비자 중심의 체험을 제공하는 토종 국내브랜드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장은아 원더피엠 대표(한국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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