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경제 밀착행보 속도전에 돌입했다. 유럽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 및 유럽시장 진출 판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블록 구축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7차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양측간 무역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리 총리는 FT 및 유럽 언론들과의 서한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중국과 유럽의 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약 22조4000억원)에 불과해 양측의 거대한 경제규모에 비하면 거의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적이고 균형이 잡힌, 높은 수준의 투자협정이 조기에 체결된다면 이는 각자의 힘을 결합해 새로운 협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호무역주의를 없애고 아시아와 유럽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중국과 유럽 양측 간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EU와의 경제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약화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양측 무역협정은 유럽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및 대유럽 투자 판로 확대에 도움을 주게 되고, 이는 자국기업의 정보기술 강화 및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대규모 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 또한 중국의 대유럽 밀착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부여 법안과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에 서명을 완료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최종 타결 초읽기에 돌입했다. 일본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TPP가 체결될 경우 EU와의 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추진력을 얻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나선 중국에 위협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리 총리는 "중국도 TPP에 열려있다"는 말로 TPP 가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U 또한 중국과의 관계 강화 행보에 동참하듯 최근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중국에 대해 회유적 입장을 지닌 인물로 교체했다. 카렐 드 구트 전 EU 집행위원 하에서 중국과 EU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중국 태양광 덤핑 조사,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와 ZTE에 대한 정부 불법 보조금 관련 기소를 주도해왔다. 반면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현 위원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 '시장 경제'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온건파로 알려져있다.
한편, 리 총리는 이날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항상 유럽 국가 채권을 장기 보유하는 책임 있는 채권자가 될 것"이라 강조하며 본격적인 유럽 구애작전에 나섰다. 또 중국은 벨기에와 180억 유로 규모 이상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하며 유럽과의 관계 강화 행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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