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봉재 기자 = "레벨D보호복이요?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이 들 정도로 숨이 턱턱 막혀옵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목이 마르고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됩니다."
경기 구리시(시장 박영순)는 지난 21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열흘째 메르스와의 끝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직자들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공기가 통하지 않으니 차량 안 에어컨은 무용지물이었다. 2시간 동안 경기 파주와 포천, 충남 대전에 위치한 메르스 안심지정병원으로 114명의 환자와 간병인을 이송해야 했다.
차로 이동 중 문득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잠시 상념에 잠기니 두렵기까지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지난 21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거쳐간 카이저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안심지정병원으로 긴급 이송 업무를 맡았던 공직자의 경험담이다.
보호복은 무겁고 갑갑해 한 번에 최대 3시간 정도밖에 착용하지 못한다고 시 측은 전했다.
대전으로 간 한 공직자는 폐쇄공포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송업무를 담당했던 공직자들은 '당시를 회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입을 모았다.
메르스 감염자 뉴스가 나오면 '혹시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하는 심리적 공포감마저 든다고 공직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천직인 공직자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공직자들은 무모하리만큼 적극적이었다고 전해졌다. 생명을 잉태하고, 보호해야하는 모성의 기질이 예외가 되지 않았다.
구리시보건소 이현진 주무관은 "바이러스 잠복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은 환자을 이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다"며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하지 않을거다'란 걱정이 들었고, 결국 공직자라는 이름으로 이 일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무관은 "지금은 그 때의 선택이 자랑스럽고 먼 훗날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영순 시장은 이 같은 공직자들의 눈물겨운 뒷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난 29일 구리시청 내부망에 올린 격려서한문을 통해 그동안의 헌신적인 노고를 격려했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전 공직자들의 필사의 사투를 이미 주요 중앙언론에서도 주목했듯이 대한민국 공직사회 위기극복 표본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같은 불굴의 희생정신의 그 밑바닥에는 나보다 남을,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시장은 "메르스 극복을 계기로 불신과 분열·이기주의를 걷어내고 이제 신뢰와 화합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공직사회로 가는 비옥한 거름의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