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100년 동안 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해온 은행들의 아성이 무너지고, 보험‧증권‧카드사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까지 금융시장의 주도권 싸움에 가세하면서 기존 금융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금융빅뱅'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르면 연내 무점포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기로 함에 따라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과 비금융권의 치열한 경쟁과 동시에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단독 참여보다는 ICT기업과의 컨소시엄에, 기존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에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인 은행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은산분리 규제완화로 산업자본이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돼 비금융 기업들의 활발한 금융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그동안 대면채널 중심이었던 국내 금융시장은 본격적인 비대면채널 시대에 돌입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등장으로 지급결제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까지 활성화되면 국내 핀테크시장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반기부터 계좌이동제가 도입됨에 따라 은행간 고객 쟁탈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정부가 선진금융 도약을 위해 국제기준인 ‘바젤Ⅲ’를 도입함에 따라 은행들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층 무거워진 재무 부담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예대마진에만 집착하다가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수익 악화를 걱정하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생존까지 걱정해야 되는 위험천만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 뿐만이 아니다. 금융빅뱅의 도래는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에도 격변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보험설계사, 카드모집인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고, 금융사들은 사활을 걸고 신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국가경제의 최대 위협요소로 손꼽힌다. 미국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활성화 정책으로 금융 채널의 대변화가 예상되고, 금융과 산업의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등 사실상 금융빅뱅이 시작되고 있다"며 "현재 대형 시중은행 중심으로 짜여진 시장 판도가 급변해 한국의 금융시장은 대격변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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