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법 거부권 정국 속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요구하는 '유승민 사퇴론'과 관련해 내놓은 일련의 발언들이다.
집권여당의 수장을 떠나 '형님 리더십'을 기대했던 비박(비박근혜)계로서는 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오락가락 하는 김 대표에게 제법 실망했다. 앞서 지난해 대표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수평적 당청관계'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당청갈등에 더해 계파갈등까지 폭발하면서 당의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고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오락가락 하는 모습은 김 대표 답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흔들리는 김 대표의 '결정 장애'는 향후 본인의 거취마저 불안케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친박 대 비박 간 계파갈등은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채, 유 원내대표에게 '자진사퇴'를 전제로 생각할 시간을 더 주기로 전날 긴급 최고위가 일단락 된 것을 두고도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해결사' 역할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당내 갈등이 점점 고조될 경우 그 불똥이 유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같은 비박계인 자신에게 튈 것이 유력시 된다. 이 때문에 이제 김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도 '유승민 명예퇴진'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최고위원들의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론되는 만큼, 김 대표로서는 유 원내대표 스스로 '명예퇴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이 최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처음의 입장과 달리 끝내 유 원내대표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게(지못미)' 된 김 대표로서는 '아픈' 상황이지만, 이번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법 거부권 상황은 메르스 사태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엔저 현상 등으로 민생 위기 상황에서 터진 것이라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언제까지 당이 청에 끌려갈 수 없다는 비박계 목소리를 (김 대표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취임 1주년을 맞아 '2기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김 대표의 구상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2기 당직 인선은 새누리당에게는 사실상 내년 총선 승리로 가는 플랫폼인 동시에 최근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도 대권가도를 다질 인력을 미리 제시할 중대 카드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PK(부산경남)지역의 한 의원은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김 대표에게는 이번 유승민 사퇴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지가 리더십을 평가받을 최대 시험대”라면서 “유승민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김 대표에게도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