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영역에서 정찰용 등으로만 이용되던 무인기가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상용 무인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드론의 상업화는 ‘하늘의 산업혁명’으로 불릴 정도다. 앞서 일본 아사히 신문은 오는 2023년 드론의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100조 드론 시장 한발 앞선 중국
상용 무인기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면서 중국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국제 무인기 항공문화 마을’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허난성 난양시가 중국과학원 산하 IT 기술업체인 중커보양(中科博陽)과 함께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프로젝트다. 총 100억 위안(1조7000억원)을 투자해 8000무(畝, 1무=666.7㎡) 면적에 건설되는 무인기 마을에는 공간정보기술 학원, 드론 전문대학, 드론 연구개발(R&D) 센터 및 실험실, 빅데이터 센터, 무인기 슈퍼마켓,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을 중국 무인기 산업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사격 아래 꾸준히 무인기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무원은 지난 3월 제조강국 청사진인 '중국 제조 2025년' 전략을 발표해 향후 10대 중점 육성 영역을 발표해다. 여기에는 우주항공 장비나 로봇산업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무인기 산업에 거대한 투자기회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어날리시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상용 무인기 시장 규모가 23억3000만 위안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3년 후인 2018년 상용 무인기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다섯 배 수준인 110억 위안(약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
△드론시장 이끄는 주력군…BAT도 ‘군침’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입은 민간기업들도 드론 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현재 중국엔 무인기 관련 기업이 300~400곳에 달한다. 종사 인구수도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5’에 참가한 10여개 상용 무인기 업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중국 업체였을 정도다.
중국 상용 무인기의 대표 주자로는 다장(大疆 DJI)과 이항(億航 Ehang)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다장은 중국 창조혁신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드론 전문기업이다. 최근 미국 백악관, 일본 총리 관저에서 발견된 드론이 모두 다장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미국드라마 ‘빅뱅이론’, ‘모던패밀리’ 등에도 종종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장의 제품 70~80%는 구미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 4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매출액은 2010년 300만 위안에서 현재 28억 위안(약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란 소문도 시장에 무성하다.
설립된 지 1년 남짓 된 이항도 글로벌 드론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다장의 아성도 위협할 정도다.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기업 가치는 25배로 뛰었고 4~5명에 달하던 직원 수는 100명에 육박한다.
이항이 만든 상용 무인기 모델 고스트는 전 세계 최초로 조종기 없이도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드론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했다. 마치 스마트폰에 어플을 다운받듯 무인기에 각종 어플을 탑재해 누구라도 손 쉽게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도록 조종하게 한 것. 고스트를 앞세운 이항은 세계 무인기 시장을 빠르게 제패하고 있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들도 중국 드론 업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5월 다장이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인 액셀 파트너스로부터 7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항 역시 지난해말 GGV캐피털 등으로부터 1000만달러(약 11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인터넷기업 3인방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드론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알리바바 산하 인터넷쇼핑몰 타오바오몰이 중국 내 처음으로 드론을 통한 배달을 시험 서비스했다. 당시 타오바오몰은 중국대표 택배업체인 위안퉁(圓通)과 손잡고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지역에서 450명을 대상으로 320g짜리 생강차를 드론으로 배달했다. 바이두 역시 산하 배달 앱을 통해 지난 6월 초 사흘 간 베이징 외곽지역에서 점심시간 때 드론 피자 배달서비스를 실시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시험서비스를 통해 무인기를 통한 배달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텐센트는 아예 무인기를 자체 개발 중이다. 중국 군용 무인기제작업체인 주싱커지(九星科技)와 손잡고 상용 무인기를 제작 중인 텐센트는 조만간 프로펠러가 4개 달린 '쿼드콥터'를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 허술한 법규…풀어야할 숙제
오늘 날 상용 무인기는 택배·물류나 정보통신 분야는 물론 재해 예방과 대기 관측, 교통정보 수집, 영화 촬영과 스포츠 중계, 범죄자 추적 등 치안용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무인기 시장이 발전하면서 무인기 보험이나 무인기 리스, 무인기 전문 촬영업체 등 무인기 서비스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국 무인기 시장 성장속도와 비교해 관련 표준이나 운영, 조종사 등과 관련한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무인기를 띄우려면 별도의 운전면허를 따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중국조종사협회(AOPA)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700명이 무인기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무인기 시장 규모로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아직도 수많은 중국내 무인기 애호가들은 면허 없이 불법적으로 무인기를 띄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른 각종 무인기 안전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베이징의 모 항공과기업체에서 무인기를 불법으로 띄워 촬영하던 도중 일부 여객기가 운항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발생했다. 해당 무인기는 곧바로 공군으로부터 요격당했다.
아직까지 중국 내 무인기 관련 법 조항이 일부 성(省) 지역에만 국한돼 있고 무인기 조작이나 안전 문제를 다룬 법 조항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중국은 지난 2013년 국무원에서 상용 무인기 시스템 관리 임시 규정을 발표하고 지난 해에는 ‘저공 공역 관리개혁 심화에 관한 의견’등을 발표하는 등 무인기 관련 법 조항을 완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