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철강·석유, 원고 수출압박 턱밑에… 그리스 악재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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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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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국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 수출업종의 원고 위협 징후가 뚜렷하다.

엔저에다 저유로를 유발하는 그리스 악재까지 더해 환율압박이 치명적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LG경제연구원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수출 부진에 세계교역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 외에 원화가치 상승의 영향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

명목환율이 달러당 1100원 내외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유로와 엔화의 대폭 절하로 인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하는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올들어 4% 넘게 절상됐다.

세계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선진국과 신흥개도국간 기술격차가 줄면서, 향후 환율을 매개로 한 가격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이 체감하는 원고압박은 명목환율이나 국제기구가 산정하는 원화가치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6월 들어 수출부진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타격이 겹치고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높아져 수출기업의 체감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후퇴했다.

원화절상과 이종통화 절하 여파는 이미 철강과 정유,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석유제품, 철강 등 장치산업의 경우 제품 차별화가 어렵다. 따라서 판매나 수출실적이 단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투자 영향이 본격화되며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라 환율의 영향력이 커졌다.

석유제품은 저유가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으로 국내 수출이 경쟁국인 러시아나 일본 등에 비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저유가와 루블화 약세를 반영해 수출단가를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인하했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기업들의 가격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의 단가 인하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해 가격경쟁력 열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7% 내외의 점유율을 간신히 유지하는 동안 러시아와 일본,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는 모습이다.

철강제품의 수출단가도 더디게 하락했다. 10년전 세계시장 점유율 5%에 불과했던 중국이 세계 최대 철강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은 일본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다.

올해 1분기 일본 철강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소폭 높아졌지만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엔고시기 적자였던 일본 업체들의 수익성이 흑자로 전환되고 점진적으로 높아지면서 향후 단가 인하 여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자동차는 일본에 이어 유럽기업이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했다. 지난 5월까지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나,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수출이 부진하다.

엔화 약세에 더해 유로화마저 큰 폭 절하되면서 유럽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다. 독일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유로화 절하분을 시차 없이 수출단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독일 자동차 수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5.2%에서 올들어 26.1%로 올랐다.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본 일본과 독일 업체들이 추가 단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폭스바겐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6.5%로 지난해(6.0%)에 비해 개선됐고 BMW도 12.1%로 지난해(11.5%)보다 높아졌다.

특히 그리스 악재가 실물경기 침체 불안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환율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그리스발 유로존 경기 불안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통화정책을 밀어붙이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 업종은 경쟁국인 중국, 대만의 실질실효환율도 절상되고 있어 아직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본 전자기업들이 엔저로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투자여력이 확대됨에 따라 잠재적 위협이 상존한다.

LG경제연구원은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내수경제의 성장활력을 높여 대외 불균형을 시정해 나가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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