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나?
하지만 남은 쟁점은 여전하다. 가처분 소송 역시 '전초전'에 불과하다. 주총에서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엘리엇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합병무효를 주장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법 제236조는 합병 등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19일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엘리엇은 향후 본안 소송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뤄진 합병비율 산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엘리엇의 주장을 반박했고 법원 역시 손을 들어줌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 우호지분 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
또 다른 쟁점이었던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을 유보했다는 점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로 인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넘긴 자사주 899만주(5.76%)의 의결권의 행사 여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자사주 처분을 금지할 경우 KCC로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돼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엘리엇 입장에선 단숨에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의 우호 지분은 KCC의 5.96%를 포함해 19.95%가 된다.
문제는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참석 주식 3분의 2, 총 주식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각각 얻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주총 참석률이 7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참석률을 70%로 가정하면 삼성물산이 합병 성사를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하는 주식은 약 47% 가량이다. 반면 엘리엇은 합병안 부결을 위해 2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위임장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약 11%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주주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거머쥔 국민연금의 결정도 최대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해 합병성사를 좌우할수 있는 위치다.
◇ 힘을 모아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잇따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30일 긴급 IR을 열어 합병 무산 경우를 상정한 또다른 계획인 '플랜B'는 없음을 분명히 하고, 주주친화정책도 밝혔다.
삼성물산은 새로운 홈페이지를 개설해 합병 당위성을 알리기도 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도 합병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코멘트에 나서는 등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을 계속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국 투자자들을 설득하느라) 오랜만에 회의에 참석했는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외국에 계속 나갈 것"이라며 "소통을 강조하면서 주주들을 만나고 있고 특히 소액주주들에 대한 친화정책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날 인천 송도 본사에서 애널리스트와 기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IR 행사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오는 3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판단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ISS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공식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낸다. ISS는 글로벌 상장사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의결권 자문업체로 세계적 명성이 있다. ISS가 어떤 방향을 보이느냐에 따라 외국인 표심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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