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의 큰 축인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키로 결정한 가운데 거래소 주요 주주인 한국금융투자협회의 황영기 회장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아주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 금융당국이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만 따로 분리한다고 했었을 때는 사실 걱정이 앞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이번 금융위 결정은 결과적으로 업계 및 거래소 입장을 잘 취합해 내린 결정이다"며 "당국을 향해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거래소 주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주사 전환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며 "이제는 거래소 기업공개(IPO)를 비롯해 시장감시위원회를 그대로 거래소 내부에 존속시킬지, 독립된 법인으로 둘지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아있는 문제도 업계와 거래소, 정부가 잘 협의하여 좋은 결론을 도출해 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파생상품 시장 등을 거래소 자회사로 두는 가칭 한국거래소지주안을 발표했다. 시장간 상호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체로 업계에서는 거래소 지주사 전환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지주 회사라는게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등을 계열사로 갖는 체제인데, 각 사업부 형식인 현재 거래소 체제와 비교했을 때 하등의 차이가 없다"며 "결국 일자리만 늘려주는 모양새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거래소 IPO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며 "재무 및 현황 자료 등을 일반에게 공개하게 된다면 거래소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노조는 지주사 결정에 대해 강경 대응키로 내부 방침을 세워 실제 추진이 되기까지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거래소 노조는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백일잔치상에 올리기 위해 급조한 거래소 경쟁력 강화방안을 공표한 것"이라며 "이번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방안에는 아무런 목적의 적합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명분과 실리가 부족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코스닥 분리 방침을 거래소 지주회사 개편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비효율만 초래할 뿐 경쟁력 강화와는 별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금융위가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기능과 시스템이 붕괴되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벤처업계의 회수 시장만 키우려하고 있다"며 "의식있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범노동계와 연대해 반드시 이를 저지하고, 금융위원장의 퇴진운동도 병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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