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법원 판결에 항고 "삼성 경영진 양보 의미없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를 기각한 법원에 대해 항고했다고 3일 밝혔다.

엘리엇 측은 "항고심에서 엘리엇의 입장이 전적으로 인용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합병이 성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건에 대한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건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유보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자기주식 처분행위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한다"면서 "주주들에 대한 기초적인 공정성에 대한 중요한 문제이며 , 삼성물산의 현 이사들이 주주들의 희생 하에 주식가치의 희석 등을 초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한 행위였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 측이 발표한 '배당성향(비율) 상향 및 별도의 지배구조위원회 설립 등 주주가치 증대 계획'에 대해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의미없는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주주들은 28%의 배당성향으로 이익을 얻었는데, 합병으로 지분희석에 따른 손해를 본 후에 30%의 배당성향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퇴보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엘리엇은 "너무 낮은 합병비율에 기초해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흡수합병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삼성물산 주주들로부터 장부가액 7조8000억원 상당이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대가 없이 이전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이사회가 현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들이 이처럼 불리한 조건의 거래를 하도록 강압적으로 내몰리고 내몰리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정상적인 수준을 많이 밑도는, 저평가된 주가 때문"이라며 "합병이 실행되지 않는 것만이 유일하게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합병 대신 엘리엇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서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엘리엇은 "잠재적인 지배권의 승계작업을 위한 삼성그룹의 구조개편 필요성에는 지지하지만, 적절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이 없는 상황 또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명백한 희생에 기초해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시한 개선안에는 현재의 삼성물산 이사진 교체, 이사회 내 소위원회 쇄신 및 재설치, 정관 변경 등이 담겼다.

특히 엘리엇이 내놓은 정관 변경안에는 삼성물산의 지배(control)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 또는 삼성(물산) 그룹의 구성원이 당사자가 되는 관련자 간 거래에 관해서도 공정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해 독립적이고 재무적인 조언(자문)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를 주총이나 거래 전 주주들에게 공개하고, 독립적인 주총에서 이에 대한 승인이 없으면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는 항목도 포함됐다.

앞서 엘리엇은 주총 결의에 의해 중간 배당을 결의하고 현물배당도 가능하도록 하는 정관변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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